[방민준의 골프세상] 이민지와 앨리슨 리의 '얄궂은 인연'

하유선 기자 2023. 10. 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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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경쟁
202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이민지 프로, 연장전을 벌인 앨리슨 리. 사진제공=BMW 코리아

 



 



[골프한국] 10월 22일 경기도 파주 서원힐스CC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호주교포 이민지(27)와 한국계 앨리슨 리(28)가 우승과 준우승을 나누었다.



 



앨리슨 리는 여러모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어머니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고 아버지는 아일랜드계 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역시 한국서 태어났다. 이화현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이민지는 호주로 이민 간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호주의 한 골프클럽 챔피언에 오를 정도의 골프 달인이고 어머니 골퍼 지망생이었다. 그 영향으로 남동생 이민우(25)와 함께 어릴 때부터 골프와 가까이 지냈다. 이민우는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에서 2승을 올렸고 최근 아시안투어 SJM 마카오오픈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이민지는 이번 우승을 포함해 LPGA투어 통산 10승(메이저 2승)을 올렸다.



 



이민지와 앨리슨 리의 첫 인연은 2012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레이크 머시드GC에서 열린 US 걸스 아마추어 챔피언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민지와 리디아 고, 앨리슨 리, 에리야 주타누간이 4강에서 만났다.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된 이 대회에서 이민지가 아리야 주타누간을, 앨리슨 리는 리디아 고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씨(LEE)끼리 만난 결승전'에서 이민지가 1홀 차로 역전승했다. 당시 4강에 들었던 선수 중 3명은 LPGA투어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아직 LPGA투어에서 1승도 못 올린 앨리슨 리만 예외다.



 



6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앨리슨 리는 어릴 때부터 골프 신동으로 소문났다. 미국 주니어골프협회(AJGA) 투어에서 6승을 거두는 등 주니어 여자 골프계의 최강자였다. UCLA에 재학 중 올해의 신인으로 수상하는가 하면 2012~2013선 시즌엔 최고 선수에게 주는 애니카 어워드를 받았다. 주니어 솔하임컵에도 3차례 선발됐다. 2013~2014년 아마추어 랭킹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앨리슨 리와 이민지는 2014년 Q스쿨에서 다시 만나 공동 수석으로 2015년 LPGA투어에 진출했다. 그러나 LPGA투어에서 길은 갈렸다. 이민지는 2015년 초반부터 우승하며 케리 웹을 잇는 호주 대표골퍼로 성장한 반면 앨리슨 리는 이듬해 LPGA 투어에서 출전권을 잃어 우울증까지 앓으며 골프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다. 



 



두 선수의 얄궂은 인연은 22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까지 이어졌다. 앨리슨 리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2개 홀을 남기고 이민지에 2타 뒤져 있었으나 2개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공동 선두를 만들어 18번 홀에서 연장전에 들어갔다. 앨리슨 리로서는 2012년 이민지에 당한 역전패를 설욕할 기회.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앨리슨 리 편이 아니었다. 이민지는 홀 1m에 공을 붙여 버디에 성공했고 앨리슨 리는 3m 버디 펏을 놓쳤다.



이민지는 부모의 나라에서 첫 승리를 품는 감격을 맛봤으나 앨리슨 리는 그렇게 간절했던 LPGA투어 첫승 그것도 마음의 고향 한국에서의 첫승 기회를 놓쳤다.



 



앨리슨 리로선 LPGA투어 진출 이래 2위라는 최고 성적을 거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2022년 시즌부터 서서히 살아나 24개 대회 중 22개 대회 컷 통과에 성공했고 톱10에도 4차례 들었다. 2023년 시즌에도 지금까지 21개 대회에 참가해 18개 대회 컷 통과에 성공했다. 1개 대회는 중도기권, 2개 대회는 컷오프.



 



골프팬의 시각에선 두 선수 모두에게 우승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지만 간절함으로는 앨리슨 리 쪽으로 기운다. 이민지에겐 다음에도 우승 기회가 찾아오겠지만 앨리슨 리로선 우승 컵에 담긴 한 모금의 샴페인 맛이 궁금할 것이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3위(13언더파), 이정은과 신지애가 공동 5위(12언더파), 신지은이 공동 10위(11언더파), 박성현 유해란 김효주와 최근 엄마가 된 박희영이 공동 16위(9언더파)에 올랐다.



 



골프팬들의 시선이 머무는 선수는 10언더파로 공동 13위에 오른 박서진(15)이다.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데 대한골프협회 추천 선수로 출전, 대선수들 틈에서 경기력을 과시했다. 



 



평균 240m에 달하는 드라이버샷을 자랑하는 박서진은 지난달 1일 끝난 카카오 VX 매경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여자부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거두었다. 6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박서진은 내년도 국가대표 선발을 확정지었다. LPGA투어에 진출해 한국인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게 목표란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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