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눈치보게 만드는 ‘유대인 파워’…팔 편든 인사들 사퇴 압박

2023. 10. 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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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밋 CEO, 이스라엘 보복 ‘전쟁범죄’ 언급해 사퇴
팔레스타인 행사 열자...유펜 기부자 “총장 사퇴해야”
미국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지지자들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의 집회 모습. 양측이 충돌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의 경찰이 동원되는 등 도시에 높은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AF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유럽 최대 정보통신(IT) 콘퍼런스인 웹서밋의 패디 코스그레이브 최고경영자(CEO)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에서 이스라엘에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가 물러났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미국 재계 갈등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코스그레이브 CEO는 21일 성명을 통해 “안타깝게도 나의 개인적인 발언은 행사와 팀, 스폰서, 스타트업, 참석자들에게 방해가 됐다”며 사과문을 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지난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 “전쟁 범죄는 동맹국이 저지른 경우에도 전쟁 범죄이며, 그것이 무엇인지 규명되어야 한다”며 이스라엘도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다.

그러자 알파벳, 메타, 지멘스,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다음달 13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되는 기술 컨퍼런스 참여를 거부하며 그의 퇴진을 촉구했다.

아마존과 메타, 구글 등은 이스라엘과 사업을 많이 하고 이스라엘 직원 수천명을 고용하고 있어 유대계 입김이 센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이스라엘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만 내고 팔레스타인 희생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아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나기도 했다.

미국 인기 TV시리즈 ‘로 앤 오더’의 총제작자인 딕 울프는 리즈 매길 펜실베니아대(유펜)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CNN이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울프는 “유펜에 더 이상의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총장 직위에서 물러나기를 바란다”며 “사임할 때까지 모든 기부를 중단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통보했다.

발단은 지난 9월 교내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문학 페스티벌 행사로, 반유대주의적 발언 이력이 있는 인사를 포함해 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작가, 영화 제작자 및 예술가가 참여했다.

울프는 “내 이름을 딴 울프 인문학 센터가 이 반유대 축제에 기여했다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울프는 유대인 아버지를 두고 있다.

유펜 교수진은 울프를 비롯한 몇몇 기부자들의 압박이 선을 넘었다고 반발했다.

교수진은 “학문의 자유는 우리 교육 및 연구 임무의 핵심이며, 우리는 내부 또는 외부의 압력이나 강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록 뉴욕대 법학 교수는 “대학 총장은 자기를 해고할 수 있는 큰 기부자들의 기분을 맞춰야 하는 자리이지만, 동시에 대학의 학문적 사명이 동시에 대학의 학문적 사명이 정치적 세력이든 경제적 세력이든 외부 세력에 의해 타협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라고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밝혔다.

아울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구 기업들이 고객과 직원들로부터 당장 누구의 편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는 난처한 요구사항을 마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을 편들거나 또는 아예 침묵하는 두가지 선택지가 놓여졌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내외부로부터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맥도날드 지사가 이스라엘 군대에 식사를 기부하자, 중동 지사는 이스라엘 프랜차이즈와분리하겠다고 성명을 발표, 맞대응 차원으로서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이스라엘 지사 리더들의 서명이 담긴 링크드인 메시지를 게시해 “국내 최전선에 있는 동료 시민들과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을 지지한다”고 표현했다.

이에 무슬림 배경의 직원 수십명이 분리 움직임을 보였다. 무타셈 다자니 딜로이트 중동지사장은 “불필요한 인간의 고통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을 위한 인도주의적 노력을 촉구한다”고 발언했다.

프랑스 럭셔리 기업 카르티에는 침묵을 택했는데, 이 회사 임원인 케니로 밀러는 자신의 링크드인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 (하마스와)공모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기업들은 점차 빈번해지는 직원들의 돌발행동을 어떻게 관리할 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 5대 대형로펌 중 하나인 매직서클의 한 변호사는 “고용주들로부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직장 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직원들을 조율하는 방법과 위법 행위로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상담 문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FT에 밝혔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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