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예산칼질 “부처 협의 했다” vs “안 했다”…진실 밝혀질까?
[박기홍 기자(=전북)(arty1357@naver.com)]
국회의 24일 전북도 국감에서는 '잼버리 파행 책임'과 '새만금 예산 삭감' 등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대 핵이슈를 둘러싼 국민의심과 더불어민주당간 치열한 공방전도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전북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이번 국감이 오히려 '전북 책임론'의 오명을 씻고 사실이 근거한 진실규명으로 가는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새만금 주요 SOC 예산 삭감과 관련한 부당성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전북의 명운이 걸린 만큼 피감기관의 수동적 자세가 아닌 전북의 억울함을 풀어내는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했다는 전언이다.
전북도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북 정치권과 지역민들이 주장해온 잼버리 파행과 이에 따른 새만금 SOC 예산 삭감과 관련한 3대 이슈를 요약해 보았다.
논란사항 팩트체크 했는가?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직접적인 원인은 누구나 잘 알고 있듯 열악한 위생과 음식, 손놓은 폭염대책, 무대책 의료서비스 등이다.
다만 누가 어떤 권한을 갖고 있는지 팩트체크를 하지 않은 채 '전북 책임론'으로 몰아감으로써 전북인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준 점은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전북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 정치권은 그동안 "잼버리 파행은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 무능으로 인한 준비부족과 현장 대응능력 부재 때문"이라며 "새만금잼버리의 시설설치와 이용, 사후활동 등 종합계획은 여성가족부 장관의 승인과 중앙부처와 협의, 국무총리 보고 등을 거치는 만큼 전북 책임론의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고 주장해 왔다.
여러 근거와 자료를 통해 사실 여부를 엄격히 점검하는 팩트체크를 통해 전북 책임론의 무책임성을 설파하는 셈이다.
실제로 이원택 의원(김제 부안)이 조달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잼버리와 관련한 계약사항(228건)은 조직위 계약(127건)이 전체의 절반 이상(55.7%)을 차지하며 금액으로 따지면 조직위 비율이 76.6%로 늘어난다.
조직위의 계약에는 샤워장 임차와 관리 용역, 폭염 대비 생수 구입, 연내 병원 의료재료와 소모품 구입, 병원 내 의약품 구입, 해충 관련 조사 분석 용역, 전력과 통신시설 구축 등 전반적인 것에 해당했다.
여권에서 주장했던 '생갯벌 부지론'도 새만금방조제의 끝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2006년 4월 이후 내부토지의 육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2014년 이후에는 방조제 안에 160㎢의 방대한 땅이 조성됐음을 보여주는 통계와 사진이 제시된 후 논란은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새만금 예산 삭감, 부처와 협의했나?
기획재정부에 대한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최대 이슈로 부상한 내용이다.
각 부처는 매년 5월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이듬해 예산안을 제출하고 기재부는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매년 9월에 국회에 제출한다.
기재부는 새만금 10대 주요 SOC 예산과 관련해 부처 예산안 대비 무려 78% 예산을 삭감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처와 기재부 사이에 충분한 협의와 소통이 있었는지 강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답변에 나선 유병서 심의관은 "(별도 회의를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서 답변을 하겠다"고 언급, "예산총괄심의관이 그것도 모르냐"는 강한 질타를 받았다.
한병도 의원은 "부처를 배제하고 기재부가 별도의 회의를 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기재부가 '그렇지 않았다'고 딱 잡아떼고 있으니…"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만약 한 의원의 말대로 기재부가 부처와 충분한 협의와 소통도 없이 자의적 판단에 근거해 예산을 삭감했거나 삭감에 대한 합당한 사유를 부처에 설명하지 않았다면 행정기본법 제11조 '권한남용 금지 원칙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와 새만금 신항만, 새만금지구 내부개발의 경우 최근 5년간 평균 90% 이상의 집행률을 보였고, 앞으로도 예산집행 가능성 측면에서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
부처 역시 이런 사항을 총괄 검토해 예산을 편성해 기재부에 제출했으나 부처 요구액의 25% 수준만 예산이 반영됐다.
이 또한 기재부가 수정 또는 보완요구를 했는지,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했는지 의문이라는 전북 정치권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지난 19일 기재부 국감에서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을 대상으로 "새만금 예산 삭감 때 기재부가 부처와 협의하도록 되어 있는데 협의를 했느냐"고 물었고, 김 실장은 "통상적인 과정을 거쳤다"고 짧게 답변했다.
양경숙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공무원이 '기재부가 의논 한마디 안 했다'라고 진술했다"며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났으며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진실 논란이 일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새만금 예산 삭감을 둘러싼 절차와 권한남용 여부가 새로운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신뢰보호의 원칙은 지켜졌나?
정부는 그동안 새만금에 국내외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조달청은 올해 2월 1일 '서해안 시대를 활짝 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사업 본격화'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새만금 국제공항이 건설되면 새만금 지역의 민간투자 유치 촉진과 국제경쟁력 강화, 연관산업 개발로 전북권 경제활력 제고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껏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 다음 달인 올해 3월에 열린 새만금위원회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각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새만금 신항, 농업용지 조성, 용수공급 등의 안건을 심의 의결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기업 유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느닷없이 새만금 SOC 예산이 삭감되고 기반시설 적정성 재검토를 발표해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했던 민간 투자자의 신뢰와 기대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해석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새만금 예산 삭감이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지난 20일 열린 '전북도의회 제404회 제3차 본회의' 도정질의 답변을 통해 "새만금 예산 삭감 영향으로 투자를 철회한 기업 사례는 아직 없지만 기업들의 걱정과 염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지사는 이어 "도로, 공항, 항만 등 새만금 기반시설은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만큼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면밀히 관찰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정기본법 제3조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적법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행정을 수행할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적법절차를 거쳐 수년에서 십수년 동안 계속사업으로 추진해 온 새만금 기반시설에 대해 전례 없이 예산을 칼질하는 것은 정부의 중장기적인 계획을 신뢰하고 투자를 결정한 민간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 국민의 신뢰보호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법조계의 해석이다.
전북도에 대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3대 이슈의 진실을 규명하고 전북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근본적인 처방전이 나올 수 있을지 지역민들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박기홍 기자(=전북)(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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