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겨 사라졌던 제주 단속 카메라는 왜 과수원 땅속서 발견됐나

경찰, 과수원에 묻은 카메라 발견
피의자 혐의부인 절도 혐의 구속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지난 13일 오전 7시30분쯤 과수원에서 촬영한 사진을 확인한 후 과수원을 수색한 결과 땅속에 파묻은 카메라 등 피해품을 발견했다.

제주에서 도로변에 설치된 이동식 단속 카메라를 훔친 혐의로 50대 택시기사가 붙잡혔다.

서귀포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2일 오후 7시39분쯤부터 13일 오전 9시26분 사이 서귀포시 색달동 중산간도로 우남육교 4차선 도로변에 설치된 무인 단속 카메라 부스를 훼손하고 안에 있던 2500만원 상당의 카메라와 보조배터리, 삼각대 등 모두 295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무인 단속카메라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제주자치경찰단은 지난 13일 카메라를 회수하러 갔다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서귀포경찰서에 신고했다. 무인부스의 문도 강제로 뜯긴 상태였다.

경찰은 범행 장소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범행 시간대 흰색 K5 택시가 해당 장소에 머문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제주지역에 있는 122대의 흰색 K5 택시를 대조한 끝에 지난 19일 서귀포시 한 아파트 인근에서 A씨를 검거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자 일단 귀가 조치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지난 13일 오전 7시30분쯤 과수원에서 촬영한 사진을 확인했다. 또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가 이날 오전 7시10분쯤부터 한시간 가량 과수원에 머문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지난 21일 과수원을 수색한 결과 땅속에 파묻은 카메라 등 피해품이 발견됐다.

다만 A씨는 “왜 여동생의 과수원에 카메라가 묻혀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범행일에 과수원을 다녀온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2일 도주우려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경찰은 A씨가 범행 현장 도로를 100㎞ 속도로 운행한 기록을 확인하고, 과속 운전이 단속에 걸린 것에 불만을 품고 카메라를 절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80㎞이며, 밤 시간대 차량 통행량이 적어 과속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