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국방, '대통령 장남' 부통령 후보로 지명…권력 세습 가시화

김성식 기자 2023. 10. 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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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를 선언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현직 대통령 장남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헌법재판소가 대선 후보자의 연령 제한을 우회하는 판결을 한 데 이어 유력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대통령 장남이 낙점되자 조코 위도도(이하 조코위) 대통령의 권력 세습이 가시화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직 특수부대 사령관인 프라보워 장관은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야당인 위대한 인도네시아 운동당(거린드라당) 후보로 출마, 조코위 대통령과 맞붙어 모두 2위로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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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보워 국방장관, 부통령 후보에 기브란 수라카트라 시장 낙점
헌재 "선출직 경험자에 입후보 허용"…40세 미만 장남에 출마길 열어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주 수라카트라에서 열린 집회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 수라카트라 시장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10.1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현직 대통령 장남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헌법재판소가 대선 후보자의 연령 제한을 우회하는 판결을 한 데 이어 유력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대통령 장남이 낙점되자 조코 위도도(이하 조코위) 대통령의 권력 세습이 가시화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은 자신을 지지하는 7개 정당 지도부와 합의를 거쳐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 수라카트라 시장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불참한 기브란 시장은 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할지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프라보워 장관이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오는 25일에 대통령·부통령 후보 등록을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브란 시장도 이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특수부대 사령관인 프라보워 장관은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야당인 위대한 인도네시아 운동당(거린드라당) 후보로 출마, 조코위 대통령과 맞붙어 모두 2위로 낙선했다. 이로 인해 프라보워 장관은 조코위 대통령의 정적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들어 조코위 정부의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기브란 시장과 러닝메이트를 결성하게 됐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운동당(거린드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 자리에서 프라보워 장관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 수라카트라 시장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2023.10.1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헌법재판소도 기브란 시장의 출마를 방해하는 법적 걸림돌을 제거해 줬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상 40세 이상 시민권자에게만 대선 출마 자격이 주어지는데, 지난 17일 헌재는 선출직 경험자에 한해 내년 대선에서 후보자 연령 제한 조건을 폐지한다고 판결했다.

군트라 함자 판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30대의 나이에 대통령이 됐다며 선거법에 규정된 연령 제한은 공직 경험이 있는 젊은 인도네시아 지도자들에게는 불공정하게 작용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2021년 1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수라카트라 시장에 당선된 기브란은 내년 2월14일 치러지는 대선에 나올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조코위 대통령의 처남인 안와르 우스만이 헌법재판소장으로 있는 데다 헌재 판결로 수혜를 입는 사람이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탓에 현지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선 '사법기관이 세습 정치를 합법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간 자카르타 포스트의 아리 헤르미완 편집장은 지난 16일 칼럼을 통해 "헌재가 선거에서 정말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우린 미지의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일대일로 정상 포럼 개막식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3.10.18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조코위 대통령은 80%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이미 2선을 했기 때문에 헌법상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세습 정치란 비판에 대해 조코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택하는 건 국민들의 몫이라며 정권 장악을 위한 어떤 시도도 거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조코위 대통령이 몸 담고 있는 민주항쟁당은 당 대표인 기브란 시장 대신 간자르 프라노워 전 중부자바 주지사와 마푸드 MD 정치법무안보조정부 장관을 각각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확정한 상태다.

따라서 기브란 시장이 민주항쟁당을 조만간 탈당하고 프라보워 장관의 거린드라당에 합류한다면 조코위 대통령의 임기 말 정부·여당 관계가 상당히 불편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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