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산물 수급관리 연합회 창립...‘성공여부 글쎄’ 회의론 고개

심재웅 2023. 10. 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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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도지사 오영훈)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의 구체적인 모습이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조직 설립 과정과 예상되는 부작용에 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는 수급관리센터 운영·관리를 생산자 중심으로 구성된 민간 조직인 수급관리연합회에 위탁하는 형태로 설립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수급관리연합회 설립 과정이 농업계를 비롯한 관계자 간 충분한 논의나 공감대 형성 없이 진행됐다는 목소리와 함께 좀 더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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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12일 제주농협본부에서 지역농협 조합장 등을 대상으로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설립에 대한 설명회를 하고 있다. 농협 조합장이 수급관리연합회 관련 사전 설명 부족 문제를 제기하자 도는 이날 설명회를 열었다.

제주도(도지사 오영훈)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의 구체적인 모습이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조직 설립 과정과 예상되는 부작용에 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성공 여부에 회의론마저 고개를 들면서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수급관리연합회 설립은 민선 8기 도정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반복되는 농산물 과잉생산과 시장격리 문제를 행정 주도가 아닌 생산자 스스로 도출한 자율적 수급 정책으로 해결한다는 목표를 품고 있다.

도는 이를 위해 올 8월 ‘제주농산물 자율적 수급 안정을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여기에는 수급관리 사무를 담당하는 수급관리센터 기능과 역할 그리고 예산 지원 근거가 담겼다. 도는 내년 수급관리센터 운영 예산 27억원을 도의회에 요청해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도는 수급관리센터 운영·관리를 생산자 중심으로 구성된 민간 조직인 수급관리연합회에 위탁하는 형태로 설립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감귤·당근 품목 대상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는 품목을 확대해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간다.

하지만 지역 농업계에선 모든 품목을 한 조직에 포함하면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정책을 결정할 때 품목 간 간섭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9917㎡(3000평) 규모로 노지감귤 농사를 짓는 강계영씨(61·서귀포시 효돈동)는 “감귤과 밭작물은 성격 자체가 다른데 이를 한데 묶는다고 좋은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이해관계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농민이 많다”고 전했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감귤과 밭작물 사이는 물론 밭작물 내에서도 품목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며 “특정 품목이 위기에 놓였을 때 각 품목 이해관계자가 모인 수급관리연합회에서 최적의 정책을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도는 시행착오가 존재하더라도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김영준 도 친환경농업정책과장은 “수급관리연합회 협의 과정에서 품목 간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해관계자가 한곳에 모여 소통하는 조직을 구성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로 다른 품목의 사정을 이해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체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수급관리연합회 설립 과정이 농업계를 비롯한 관계자 간 충분한 논의나 공감대 형성 없이 진행됐다는 목소리와 함께 좀 더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군진 한경농협 조합장은 “사전에 지역농협 조합장과 농민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어 아쉽다”며 “농업 현장에선 기후변화와 인력난 등으로 당장 어려움을 겪는데, 이런 우선과제부터 행정 역량을 집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용우 표선농협 조합장 역시 “수급관리연합회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올 사안이 아니므로 일단은 품목별 조직 전문성을 키우고 통합은 4~5년 뒤를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며 “성급하게 밀어붙이면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농업계는 수급관리연합회를 ‘감귤·밭작물’ 또는 ‘감귤·밭작물·기타과수’ 부문으로 분리함으로써 통합 조직 출범 전 내실을 먼저 다지는 게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백성익 서귀포 효돈농협 조합장은 “일단 감귤과 밭작물을 이원화해 추진하다가 추후 조직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 통합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에 김 과장은 “의견을 수렴해 여러모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 2월 열린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설립 기본계획 토론회’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앞줄 오른쪽 다섯번째)와 농민단체 관계자 등이 수급관리연합회 추진에 힘을 모으기로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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