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까지 근무는 당연, 7080 현역도 흔해···일본의 '계속고용 30년 大計'
■계속고용 정책 과거와 현재···기업 부담 낮추고 실효성 높여
※편집자 주 - 일본이 고령화사회(65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7% 이상)로부터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접어들기까지 35년이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 불과 25년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저출산과 결합된 빠른 고령화, 이에 따른 저성장 우려 등 두 나라의 고령화 양상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일찌감치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고령층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함으로써 관련 산업과 시장까지 육성해왔습니다. 게다가 고령자들의 다양한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제품과 서비스도 풍성합니다. 라이프점프는 이같은 일본의 성공 사례와 시행착오를 현지 취재, <에이징 소사이어티 일본을 가다> 시리즈를 통해 소개합니다.
“일본에서는 본인이 원한다면 65세까지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습니다”(쿠지라 일본 HR기업 ‘퍼솔’ 인사담당자)
일본은 2013년 4월부터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기업이 65세까지 의무 고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일본에서 만난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65세까지 근무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일본은 65세를 넘어 70세 또는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65세까지 고용 의무화 조치를 실시한 기업은 전체의 99.9%에 달했다.
이 중 약 70%가 ‘계속고용제도’를 적용했고 나머지 30%의 기업은 ‘정년 연장이나 폐지’를 선택했다. 계속고용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이다. 고용은 계속 하지만 임금과 근로 조건은 기업이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계속 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만 줘도 되고, 직무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30%의 기업이 제도와 관계없이 아예 정년 자체를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 역시 2016년부터 정년 60세가 법제화됐지만 지난해 5월 통계청 조사를 보면 실제 퇴직 연령은 49.3세로 법적 정년과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또 중소기업은 정년제를 운영하지 않는 사업장이 80%에 근접해 제도와 현실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
일본은 충분히 기업과 소통해 천천히 제도 변화를 추구하면서 고령자 고용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여왔다. 일본에서 정년 60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시기는 1970년대. 그로부터 20년 이상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1994년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가 시행됐다. 최초 노동계가 요구를 시작한 이후 제도화까지 약 4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 기간 일본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정년 연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개별 기업에 대한 지도는 물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년연장 장려금과 고령자 고용장려금, 계속고용 장려금 등 각종 보조금 제도가 실시됐다. 일본 기업 역시 다양한 인사관리 시책들을 마련하며 60세 정년제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했다. 임금과 퇴직금 체계의 개선을 위한 노력과 함께 계속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근무연장제도와 직급정년제도 등이 실시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 60세 정년이 법적으로 의무화되기 이전 대부분의 일본 기업에서 이미 60세 정년제가 도입됐다. 또 정년 연장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시책들이 노사의 이해 속에 안착될 수 있도록 노사가 공동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제도화함으로써 일본의 60세 정년 도입에 따른 노사 간의 갈등 또한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완벽한 제도 개혁은 있을 수 없다. 일본 내에서도 고령의 사무직은 여전히 적잖은 부담이다. 사무직이 아니더라도 고령자가 일하기 어려운 근무 환경도 있다. 예를 들어 시력, 체력 등이 중요한 철도회사 등의 사례다. 현재 일본기업은 계속고용과 정년폐지, 정년 연장 세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계속고용의 경우 말 그대로 고용 자체에만 의미를 두기 때문에 근로여건은 열악하고 각종 복리후생에서 소외된다. 이 때문에 정년을 앞두고 전직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그간 해오지 않던 새로운 일을 해야하는 만큼 임금 수준을 보장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구직자 입장에서도 장벽을 넘어야 하고 회사 차원에서도 대기업에 잘 다니던 직원이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적 의미를 찾아 비정부기구(NGO) 등 공익 법인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유연성을 주고 부담을 줄인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고령자 친화 고용정책이 자칫 청년 실업과 충돌할 수 있다"며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접근하지 않으면 정책 실패와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짚었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부총괄연구위원은 ”기업이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게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고령자 고용 개선을 위해 운영하는 조성금 제도, 임금체계 개선 컨설팅 등의 사례를 꼽았다.
임진혁 기자 liber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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