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돈풀기’ 포퓰리즘 통했다, 아르헨 대선 여당 후보 예상밖 1위

부에노스아이레스/서유근 특파원 2023. 10. 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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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 시각) 진행된 아르헨티나 대선 본선에서 1위를 할 것으로 예측되는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장관. /로이터 뉴스1

아르헨티나 대선 본선에서 집권 페로니스트(대중영합주의자) 연합의 후보로 나선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이 예상 밖의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우파 성향의 야권 후보들의 득표율이 절반을 넘으면서 오는 11월 열릴 결선 투표에서 정권 유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2일 오후 9시 현재(현지 시각) 본선 개표가 94% 진행된 가운데 현 집권 세력이자 페로니스트인 ‘조국을 위한 연합’ 소속 마사(51) 장관이 36%를 얻어 1위를 확정했다. 지난 8월 열린 예비선거(PASO)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자유의 전진’ 하비에르 밀레이(53) 하원의원은 득표율 30%로 2위에 그쳤다. 중도 우파 성향의 제1 야권 ‘변화를 위해 함께’ 파트리시아 불리치(67) 전 치안장관이 24%로 3위를 기록했다.

예비선거에서 3위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던 집권 세력의 후보로 나선 마사가 본선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현지에서도 이변으로 평가된다. 선거 직전 실시된 각종 여론 조사에서 밀레이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또 역대 본선을 통틀어 예비선거의 결과가 뒤집힌 경우도 이번이 처음이다.

마사가 예상을 깨고 1위에 오른 데는 선거 막판 ‘돈 풀기’ 등 포퓰리즘 정책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대다수 근로자의 소득세를 감면하고, 각종 보조금을 지급했다. 또한 보조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밀레이를 겨냥해 보조금 폐지 시 교통 요금(10배가량 상승)을 공개한 것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월 22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대선 투표가 마감된 후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의전진 대통령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ㅅ스

‘아르헨티나 트럼프’로 불릴 만큼 과격한 밀레이의 언행도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화로 통화 변경을 공약한 밀레이가 최근 페소화를 ‘쓰레기’라고 부르며 환율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또 자국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에 “유혈 독재 공산주의자들과 친분이 있는 더러운 좌파”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반(反)페로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우파 후보들이 도합 50% 이상을 득표했다. 비록 마사가 본선 1차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페로니즘에 대한 반대 정서가 절반을 넘어 역대 가장 큰 수치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다음 달 19일 예정된 결선 투표에서 마사가 최종 당선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전 시행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마사와 밀레이가 맞붙을 경우, 3위 불리치 지지자의 표가 밀레이에게 쏠리면서 오차 범위 밖에서 밀레이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1차 본선 투표에서 1위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받고 2위와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면 당선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맞붙어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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