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과속단속 카메라 훔쳐 과수원에 파묻은 택시기사 구속

범행 추정 시간대 과수원 방문…집중 수색, 피해품 발견
피의자 범행 일체 부인…도주우려 등 영장 발부

지난 21일 과수원에 파묻힌 채 발견된 무인 과속 단속 카메라.(서귀포경찰서 제공)

(서귀포=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에서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를 훔쳐 과수원에 파묻은 50대 택시기사가 구속됐다.

서귀포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2일 오후 7시39분부터 13일 오전 9시26분 사이 서귀포시 색달동 중산간도로 우남육교 도로에 설치돼 있던 자치경찰단 무인 단속 카메라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카메라를 넣는 무인부스를 훼손해 범행했다. A씨가 절취한 카메라, 배터리, 삼각대 등 물품 가격만 2950만원 상당에 달한다.

경찰은 무인카메라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K5 택시 운전자의 범행 장면을 포착하고, 도내에 등록된 같은 차종의 택시 122대 중 A씨 택시가 범행 추정 시각에 해당 장소를 지나친 점 등을 확인해 피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A씨를 검거했으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자 일단 귀가 조치했다.

수사는 경찰이 압수한 A씨 휴대폰 포렌식 자료에서 13일 오전 7시30분쯤 촬영된 과수원 사진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경찰은 해당 사진을 토대로 과수원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A씨가 범행 추정 시간대인 13일 오전 7시1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과수원 인근에 머문 사실을 파악하고, 집중 수색을 결정했다.

지난 21일 오전 A씨 임의동행 후 과수원을 수색한 결과 땅 속에서 비닐에 싸인 상자 속에 담긴 카메라가 발견됐다.

다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왜 여동생 과수원에 카메라가 묻혀 있는지 모르겠다"며 "범행일에 과수원에 다녀온 적도 없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부인하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지난 22일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씨가 최고 속도가 시속 80㎞ 범행현장에서 100㎞로 운행한 기록을 확인해 과속 단속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자치경찰단은 지난 13일 오전 장비를 회수하러 갔다가 전날 설치한 카메라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