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후원 받고 살아가는 예술가? 잔인하지만 고민할 점 많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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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화가지만 생계를 위해 배달을 하며 살아가는 안이지.
어느 날 미국의 로버트재단으로부터 후원 제안을 받는다.
젊은 예술가 발굴 및 후원 활동으로 유명한 이 재단의 수장은 이사장인 로버트.
로버트재단이 후원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재단의 도움을 받아 그린 그림 중 하나를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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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자본 관계 그려 사회풍자
“우리는 모두 각자 삶의 창작자
사회가 고유성 뺏어 안타까워”
그림 그리는 화가지만 생계를 위해 배달을 하며 살아가는 안이지. 어느 날 미국의 로버트재단으로부터 후원 제안을 받는다. 젊은 예술가 발굴 및 후원 활동으로 유명한 이 재단의 수장은 이사장인 로버트. 그런데 사람이 아닌, 개다. 직접 찍은 사진으로 유명해진 뒤 돈과 명예를 얻게 된 개 로버트가 동물언어 통역사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재단을 운영한다. 로버트재단이 후원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재단의 도움을 받아 그린 그림 중 하나를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는 것. 불태울 그림을 선택하는 이는 화가가 아닌, 로버트다.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신작 장편소설 ‘불타는 작품’(은행나무)을 낸 윤고은 작가와 지난 18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만났다. 윤 작가는 “‘마당 딸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어느 날 농담으로 ‘마당 딸린 개의 집에 나도 좀 들어가 살면 안 될까’라고 말한 데서 시작한 이야기”라고 했다.
작품은 블랙 코미디적으로 예술과 자본의 관계를 풍자하고 탐구한다. 윤 작가는 “예술은 무용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당장의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분야”라며 “현대인들이 압박을 느끼는 지점을 가장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는 게 예술이라 생각해 주인공을 예술가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술가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누구나 다 삶의 창작자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주체감과 각자의 고유성을 앗아가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의 빠른 속도와 경쟁하는 분위기가 이를 빼앗아가죠. 예술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긴 하지만 우리도 저마다의 ‘원본’이라는 점에서 고민해볼 지점이 많은 소설일 겁니다.”
그의 말대로 소설엔 예술과 자본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사안에 대한 풍자가 드러난다. 기후 위기에 관한 부분도 흥미롭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캘리포니아로, 큰 산불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로버트재단은 굳이 작품 소각 행사를 강행하려 한다. 이는 기후위기를 부채질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인류에 대한 비유로도 읽힌다. “로버트재단은 작품을 불태우는 것으로 이슈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그 이벤트를 놓지 못하고 있어요. 산불이 캘리포니아 전역의 숲을 휩쓸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잔인하고 시대착오적이죠. 이런 설정이 맞나 약간 고민했지만, 오히려 이런 잔인함을 내보일 수 있어 ‘지금’ 쓸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문학잡지 ‘악스트’에 연재했던 것을 수정해 출간한 이 작품은 국내 출간 전 영국 출판사 스크라이브와 수출 계약을 맺어 곧 영어권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2021년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2013년·민음사)로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을 수상한 윤 작가는 ‘밤의 여행자들’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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