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번’ ‘님과 함께’ 외치던 원조 오빠… 이젠 ‘이별도 내 것’ 이란다[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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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엔 서둘러 출근했다.
전 세계 음악차트에 한국 가수 이름과 노래가 오르내린 지도 꽤 됐다.
이번에 발표한 타이틀은 '이별도 내 것'이다.
'가슴 아프게' 지내도 결국 인생은 '미워도 다시 한번' '님과 함께' '빈 잔'을 채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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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엔 서둘러 출근했다. 간밤의 시청률이 궁금해서다. 주말 성적표는 오전 9시쯤 책상 위에 도착하는데 남들(부장님 포함)보다 먼저 결과를 알려면 심의실 벽에 붙은 따끈따끈한 인쇄물을 직접 가서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말이 ‘따끈따끈’이지 숫자를 접한 후 표정이 ‘화끈화끈’해진 순간도 적지 않았다. “이런 수치(數値)에 일희일비하는 내가 수치(羞恥)스럽다.” 그러나 언행일치는 언제나 쉽지 않다. 흔들리는 자신을 다잡아도 걸음은 무거웠고 마음은 갑갑했다. ‘편성 시간이 문제야’ ‘진행자를 바꿔야지’ 원인 혹은 변명 찾기에 급급했다.
돌아보니 그땐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많았다. 모바일이 없던 시절, 큰 방송사 3개(K, M, S)밖에 없던 시절(나는 이 시절을 ‘여의도 3국시대’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자기반성 없이 남(환경) 탓으로 돌리며 자족하던 때였다. 기억은 수시로 편집된다. 대충해도 1등 하던 시기였기에 오히려 1등 못하면 몹시 고단하던 시절의 아득한 추억담이다.
게시판엔 지금도 1등 소식이 매주 올라온다. 전 세계 음악차트에 한국 가수 이름과 노래가 오르내린 지도 꽤 됐다. 10월 초에 음악 순위 관련 기사가 떴는데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 ‘국내 대중음악 평론가들이 뽑은 우리 시대 최고 가수’ 명단은 조용필·이미자부터 시작하는데 대충 훑어보고 난 후 든 느낌은 ‘10위, 아니 20위 안에 이 가수가 왜 없지’였다. 당사자보다 팬들의 감정이 서운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살짝 들었다.
다행히(?) 뽑은 사람의 숫자(39)는 우려할 만큼 크지 않았다. 다만 ‘그들만의 리그’로 간주하기엔 면면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젠 팬들의 시간이다. 억하심정(抑何心情)이란 도대체 어떤 마음인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평론가)들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들은 진정 음악애호가인가. 과연 저들에게 대한민국의 음악인들을 일렬로 줄 세울 만한 권한을 누가 부여했는가.
흥분을 가라앉힐 때 요긴한 조커의 질문이 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을 괴롭힌 그 조커(히스 레저)가 한 말이다. ‘뭐 그렇게 심각해(Why so serious)’ 나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인다. ‘그래서 뭐(So what)’ 명단에서 빠진 명가수가 여럿이지만 오늘은 ‘오빠 부대의 원조’ 남진(사진)을 초대(?)한다. 그냥 넘어가도 좋은데 굳이 언급해서 50년 전(1971, 1972, 1973 무려 3년 연속) 가수왕에게 ‘의문의 1패’를 안겨드릴 일이 뭐냐고 따질 수 있다. 데뷔 60년 가까운 원로지만 여전히 신곡을 발표하고 지금도 즐겁게 무대에 선다.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이색광고(?)에도 나오신다. 목소리는 관리하면서 이미지는 왜 관리 안 하느냐는 질문엔 조커의 카드를 내밀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게 심각해(Why so serious)’
이번에 발표한 타이틀은 ‘이별도 내 것’이다. 아끼는 팬들은 ‘이 별도 내 것’이라고 띄어서 읽고 싶을 거다. 가사는 자못 심각하다.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하는 아픔이겠지’ 그의 노래들엔 인생의 일희일비가 담겨있다.
시작은 ‘울려고 내가 왔나’(1966)였다. 하지만 그는 울려고 오지 않았다. 발표한 노래들을 제목만 연결해도 그의 낙천적 인생관이 엿보인다. ‘가슴 아프게’ 지내도 결국 인생은 ‘미워도 다시 한번’ ‘님과 함께’ ‘빈 잔’을 채우는 일이다.
찬 바람이 불면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을 준비한다. 연말정산은 해마다 하지만 인물 정산은 무대를 완전히 떠난 후에 한다. 아직은 이르다. 오빠 아직 살아있다.
작가·프로듀서·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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