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민생현장 찾겠다는 尹, 포템킨 마을의 함정 경계해야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10. 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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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귀족 포템킨 영지
황제가 방문한다고 하자
가짜 마을 만들어 보여줘
참모는 문제 있는 진짜 현장은
숨기고 조작된 가짜만
대통령에게 보여줄 위험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용산어린이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매주 1회 민생과 관련된 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최근 언론에 이런 내용을 밝혔다고 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반성해보니,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는 게 옳다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윤 대통령이 민생 현장을 챙긴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든 맨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현장과는 멀어지는 법이다. 현장을 보려면 현장에서 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개 직접 현장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팔로워가 추천한 현장을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나 기업 최고경영자는 종종 진짜 현장이 어니라 참모들이 조작해 놓은 가짜 현장을 보게 된다. 이른바 ‘포템킨 마을’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포템킨 마을은 18세기 러시아 귀족 그리고리 포템킨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러시아 황제 예카테리나 2세가 배를 타고 포템킨이 관할하는 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른바 민생 현장 탐방이다.

포템킨은 예카테리나 2세의 방문에 앞서 강 옆으로 가짜 마을을 만들었다. 배에서 보면 매우 잘 사는 마을로 보인다. 예카테리나 2세는 기분이 좋아졌다. 포템킨이 일을 잘하나 싶었을 것이다.

예카테리나 2세의 배가 하류로 이동하면 포템킨은 마을도 통째로 옮겼다. 그의 부하들이 기존 마을을 해체하고 밤새 작업해 하류로 마을을 옮긴 것이다. 역시나 에카테리나 2세는 그 가짜 마을을 보고 흡족해했다고 한다.

자칫하면 대통령의 민생 현장 방문 역시 이렇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20년 12월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임대주택 단지를 방문했을 때가 그랬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방문한 임대주택은 전용면적 44㎡와 42㎡ 두 가구였는데, 대통령 방문 전에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 최신식 TV와 침대, 식탁, 벽그림 등의 가구를 빌려 쓰는 데 3300여만 원, 조명·커튼 설치 등을 위한 공임비로 650만 원을 썼다고 한다. 그 집을 보고 대통령은 “아늑하고 아기자기하다. 신혼부부 중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겠다”라고 했다. 그날 상황을 찍은 동영상을 보니 아늑하기는 했다. 대통령이 온다고 하니 건설회사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집을 보기 좋게 꾸몄을 것이다.

이렇게 꾸며진 현장을 보면 리더의 상황 인식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임대주택의 문제는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와 같은 본질적 문제는 덜 생각하게 된다. 임대주택 정책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질문이 나오게 된다. 문 전 대통령은 13평 임대주택을 보고는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고 했다. “13평에 어떻게 4인 가족이 살 수 있다는 것이냐”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런 일을 없으려면 대통령은 홍보 목적이 아니라 진짜 민생 현장을 찾는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실 참모를 비롯한 팔로워는 문제가 있는 현장을 보여줄 생각은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질책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참모가 보여주는 현장만 봐서는 안 된다. 야당 인사들이 추천하는 현장을 방문하는 게 진짜 현장을 보기 위한 더 나은 방법이다. 아울러 구두를 신고 수재 현장을 방문하는 ‘공감 부족 행태’도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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