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처만 보고도 알 수 있도록… 음악은 지휘자의 손 안에 있어야”

이정우 기자 2023. 10.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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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세묜 비치코프(사진)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일찌감치 조국을 떠나 30대 시절에 이미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추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실력만으로 전설적 지휘자 카라얀의 후임으로까지 거론됐던 비치코프는 "지휘자는 조용한 제스처(몸짓)만으로 듣고자 하는 음악을 불러낼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제스처는 음악에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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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25일 체코필과 첫 내한 공연하는 세묜 비치코프
드보르자크 작품으로 공연 채워
“피아노 협주곡 등 완벽한 걸작”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사진)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일찌감치 조국을 떠나 30대 시절에 이미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추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실력만으로 전설적 지휘자 카라얀의 후임으로까지 거론됐던 비치코프는 “지휘자는 조용한 제스처(몸짓)만으로 듣고자 하는 음악을 불러낼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제스처는 음악에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은 늘 지휘자의 손안에 있어야 합니다. 지휘만 보고도 어떤 곡을 지휘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오는 24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25일(대구콘서트하우스)에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나는 비치코프를 서면으로 만났다. 실력뿐 아니라 인간적인 풍모를 갖춘 그는 단원들에게 존경을 받는 지휘자다. 오죽하면 단원들에게 ‘아빠’(Daddy)라고 불릴까. 여기엔 사연이 있다. 2017년 오랜 지휘자였던 벨로홀라베크가 타계하고 슬픔에 빠져 있던 체코필 단원들은 비치코프가 이끈 공연에 매우 감동을 받았다. 연주가 끝난 뒤 그를 찾아간 단원들이 ‘우리의 아빠가 돼 달라’고 요청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지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연주자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연주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음악이라고 느낄 때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휘는 결국 인간 사이 의사소통이에요.”

비치코프는 오페라 지휘자로서도 명성이 높다.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파리 국립오페라극장,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최고의 오페라 무대에 두루 서봤다. 그는 “오페라는 음악과 시, 철학, 시각예술 모두를 합한 가장 복합적인 예술 형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를 “독보적인 걸작”이라고 언급하며 “이 작품을 작업하면서 강한 집념이 생겼고, 내 삶의 중요한 경험으로 남았다”고 소개했다.

비치코프와 체코필은 이번 공연을 체코 출신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작품으로만 채운다. 특히 드보르자크 피아노 협주곡은 국내에서 흔히 들을 수 없었던 작품이다. 비치코프는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상할 정도로 연주되지 않고 있지만, 이 작품은 정말 완벽한 걸작”이라며 “브람스와 베토벤을 합친 듯하면서 드보르자크의 음악적 특성을 분명히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비치코프는 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비판하고 우크라이나 지지를 표명해왔다. 그는 “길을 가다가 약한 사람이 얻어맞고 있는 것을 봤다면 지나치겠느냐”면서 “인류애적인 관점에서 인간답게 행동했을 뿐이다. 때로는 침묵이 악마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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