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6배 규모… 일본 SW 시장 사로잡는 한국 IT업체[ICT]

임대환 기자 2023. 10.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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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국 관계개선 속 사업 활기
SW 솔루션 기업 ‘이노룰스’
전체 매출액 10%가 日서 나와
파나소닉·미쓰비시 등이 고객
‘지란지교’ 거래기업 1.5만 곳
2년내 日 주식시장 상장 목표
클라우드 기반한 원격 솔루션
‘알서포트’ 시장 점유율 1위도
일본에서 25개 사를 고객으로 확보한 이노룰스의 김길곤(앞줄 맨 왼쪽) 대표와 직원들의 모습. 이노룰스 제공
이노룰스가 일본 SI 회사인 히타치와 NTT콤웨어, SCSK 3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제품 설명회 모습. 이노룰스 제공

최근 한·일 관계가 호전되면서 우리나라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대(對)일본 진출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일 양국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기업들의 협력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23일 글로벌 IT 시장분석기관인 IDC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일본의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985억 달러(약 113조9000억 원)로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16위인 우리나라(163억 달러)의 6배가 넘는 시장이다.

이렇다 보니 일본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IT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인 ‘이노룰스’도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IT 기업이다. 이 회사는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 시 활용이 가능한 의사 결정 자동화 시스템과 상품 정보 자동화 시스템 등의 솔루션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지난 2012년부터 일본 시장을 공략해 왔다. 2013년 일본의 최대 손해보험사인 ‘손보재팬’이 이 회사의 솔루션에 주목하면서 일본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후, 일본의 오릭스은행이 이노룰스의 솔루션을 도입한 첫 일본 회사가 됐다. 2013년에는 도쿄(東京)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고 사업 확장에 나섰다.

특히, 2016년에는 손보재팬의 디지털 전환 소프트웨어 입찰에서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하면서 일본 시장을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는 일본 고객사가 25개로 늘어났다. 보험사를 포함해 파나소닉과 미쓰비시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사들이 이노룰스의 고객이다.

이 회사의 김길곤 대표는 “회사 전체 매출액의 10%가량이 일본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내년에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지란지교소프트도 일본 시장에 진출해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IT 기업이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제조·개발과 전자상거래 구축 및 인터넷 콘텐츠 개발 등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메일 보안 프로그램과 메신저 프로그램, 시스템 통합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란지교는 2004년 일본에 처음 진출했다. 현재, 지란지교재팬의 거래 기업은 1만5000여 곳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액만 147억 원을 기록해 전체 그룹 매출액(1347억 원)의 10%를 넘어설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지란지교재팬 고객사는 캐논 IT 솔루션, 후지쯔,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지란지교재팬은 2025년을 목표로 일본 주식시장에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오치영 지란지교재팬 대표는 “일본 시장은 (진출하는 데) 3배 이상 어렵지만, 5배 이상 (이익이 남는) 큰 시장”이라며 “이런 큰 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국내 IT 기업들에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국내 IT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원격 솔루션 전문기업인 ‘알서포트’도 창립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설립 초기부터 해외시장 개척을 염두에 두고 경영을 펼쳐 왔다. 설립은 2001년에 됐지만, 설립 후 곧바로 글로벌 원격 솔루션 시장 점유율 7위, 아시아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당시에는 불모지였던 원격 지원 솔루션 시장을 기술력으로 개척해 시장을 창출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서포트는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 2021년에는 일본 클라우드 기반 원격 솔루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 진출한 2005년부터 일본 굴지의 제조사인 도시바와 IT 서비스 기업인 NTT 데이터에 솔루션을 납품하면서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올해는 일본 샤프사가 알서포트의 원격 지원 솔루션인 ‘리모트콜’을 기반으로 기업용 모바일 서비스를 신규 론칭하기도 했다.

이들 IT 회사가 일본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최근의 한·일 양국 간 우호적인 분위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민간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비영리 싱크탱크인 겐론 NPO가 최근 양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각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 답한 일본인 비중이 2022년 30.4%(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4.7%, 대체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25.7%)에서 올해는 37.4%(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6.8%, 대체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30.6%)로 높아졌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일본 거래처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구매 결재를 올리면 윗선에서 (구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확실히 별 고민을 하지 않고 결정을 내린다고 들었다”며 “다만,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일본 특유의 꼼꼼하고 섬세한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이에 따라 매우 세심한 ‘제품 매뉴얼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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