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더 커지는 ‘빠라바라바라밤’[가깝고도 먼 아세안](20)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시장이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그 못지않게 빠르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 전기오토바이 시장이다. 전기자동차는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과 일부 중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전 세계 언론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처럼 소득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신흥개발국에서는 전기오토바이가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2년부터 중앙정부의 지원 아래 중국 개방 1호 도시 선전을 중심으로 전기자동차와 전기오토바이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집중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전 세계 전기오토바이 시장의 90%를 중국이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은 전기오토바이 시장의 선진국이다.
아직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조만간 중국과 전기오토바이 시장을 양분할 곳으로 인도를 꼽는다. 인도자동차협회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인도에서 판매된 오토바이는 1263만대로, 그중 전기오토바이는 84만대가 팔렸다. 아직은 전기오토바이가 전체 오토바이 판매량의 6.7%에 불과하지만 머잖아 30% 이상 점유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2023년 8월에 발표한 ‘진정한 전기교통수단은 이륜차에서 온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도는 2030년부터 300만대 이상의 전기오토바이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드컴퍼니는 2022년 12월 보고서에서 전기자전거까지 포함해 2030년에는 연간 13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빠른 소득 수준 향상으로 전기오토바이보다는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전환 중인 중국과 달리 인도는 전기오토바이 시장의 폭발적 팽창이 예상된다.
생태계 조성에 힘쓰는 인도네시아
아세안의 오토바이 최대 왕국 인도네시아에서는 2022년 전체 522만대의 오토바이 중 전기오토바이 비중은 2%도 안 되는 1만대가량 판매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러나 2030년부터는 연간 190만대 이상의 전기오토바이가 판매되리라 자신했다. 또한 적극적으로 전기오토바이 제조 생태계를 조성해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가 연간 1200만대의 전기오토바이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 공언했다. 2023년 3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7조루피아(약 6055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신규로 전기오토바이를 구매하는 80만명과 기존 내연기간 오토바이를 전기오토바이로 개조하는 사람 20만명에게 700만루피아(약 60만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24년까지 모두 100만명을 상대로 한 이 지원책은 애초에 영세 자영업자와 근로장려금을 받는 저소득층에 국한되다 보니 7월까지 보조금을 받아 구매한 사람이 1000명도 안 되는 대실패를 맛보았다. 게다가 기존 내연기관 오토바이 등록 서류보다 전기오토바이 등록 서류가 까다롭고 복잡해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인도네시아 산업자원부는 지난 8월 29일 부랴부랴 개선책을 마련해 전기오토바이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원금 대상을 17세 이상 모든 인도네시아 시민으로 확대했다. 인도네시아 에너지부는 전기오토바이 사용 시 기존 내연기관 오토바이에 비해 70%가량의 에너지 절약과 비용 절감이 된다고 강조한다.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사(IBC)는 인도네시아 전기오토바이 시장에서 30% 점유를 목표로 전기스쿠터 제조업체 그시트(Gesits) 지분을 이미 인수했다. 현재 연간 4만대 생산 능력을 수년 내에 10만대까지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기지개 켜는 베트남 전기오토바이 시장
아세안 대륙부의 오토바이 왕국은 베트남이다. 인구 1억명에 연간 300만대의 오토바이가 판매되고, 2022년 기준 등록된 오토바이만 6500만대가 넘는다. 이런 베트남에서도 전기오토바이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9월 다녀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의 전기오토바이 사업 지원을 약속하면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에는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로 널리 알려진 빈패스트가 전기오토바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사업에 집중하느라 그간 오토바이에는 소홀했으나 미국의 지원이 예상되면서 전기오토바이 사업에도 힘쓰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 3월 서맨사 파워 미국국제개발처장이 직접 시승했던 전기오토바이 스타트업 닷 바이크(Dat Bike)와 7월 재닛 옐런 미 국무부 장관이 베트남 방문 시 다녀가면서 유명해진 셀렉스(Selex)도 다양한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오토바이 제조업체인 중국의 야디(Yadea)는 지난 1월 베트남 북부 박장성에 1억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해 연간 200만대 생산 가능한 전기오토바이 제조 공장을 건립 중이다.
전기오토바이 수요 증진을 위한 베트남 정부 차원의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7일 베트남 재정부가 ‘전기자동차 구매 시 1000달러를 지원하자’는 교통부의 제안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반대 이유는 ‘소수 계층에만 도움을 주는 방안이기 때문’이었다. 2022년 1인당 국민소득 4000달러를 갓 넘은 베트남에서 고가의 전기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상위 계층이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전기오토바이 지원을 준비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7월 11일 호찌민시는 2024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연말까지 구체적인 지원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베트남, 인도네시아에는 전기오토바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부족한 전기 충전 인프라다. 게다가 전력 사정이 충분하지 않은 이들 국가에서 전기오토바이 충전이 원활할지도 관건이다. 소비자들은 혼다나 스즈키 같은 현지 시장점유율이 높은 글로벌 오토바이 회사가 아닌 생소한 스타트업이나 무명의 회사 브랜드 구매를 꺼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 전체가 아닌 특정 도시에 국한해 전기오토바이 생태계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 하나의 도시에서 정착한 전기오토바이 환경을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호찌민 | 유영국 「베트남 라이징」, 「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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