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지옥"…카카오 사법 리스크에 개미들 '비명'

양지윤 2023. 10. 23. 08: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4만원대 붕괴…3년 5개월 만
에스엠 제외한 카카오그룹주 52주 신저가 추락
김범수, 에스엠 시세 조종 혐의 오늘 소환
개미들 눈물의 '물타기'…올해 2조7770억 순매수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금 반 토막이라 물타기를 해도 희망이 안 보여요” “카카오그룹주는 2차전지처럼 곱버스(인버스와 곱하기를 합성한 신조어로 지수 하락시 두 배 수익을 추구하도록 설계한 상품)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카카오 주가가 3년 5개월여 만에 4만원대가 붕괴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칼끝이 김범수 창업자를 겨누면서 투자심리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에 드리워진 사법 리스크가 계열사의 주요 사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커 당분간 주가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0일 에스엠을 제외한 카카오그룹주는 모두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카카오그룹 지주사인 카카오(035720)는 전 거래일보다 1450원(3.58%) 내린 3만9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만8850원을 찍기도 했다. 카카오가 종가 기준 4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5월4일(수정주가 3만7343원) 이후 처음이다. 카카오페이(377300)(-5.02%), 카카오게임즈(293490)(-0.21%), 에스엠(041510)(-1.82%), 카카오뱅크(323410)(-5.01%)도 일제히 하락했다.

사진=뉴스1
에스엠 시세 조종 의혹 관련 사법 리스크가 고조하며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게 오는 23일 오전 출석을 통보했다. 금감원 특사경은 카카오가 지난 2월 에스엠 경영권 공방 당시 경쟁자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원을 투입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 특사경은 이달 13일 시세조종 관여 의혹이 제기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중 배 대표는 지난 19일 구속됐다. 카카오는 배 대표의 구속영장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6거래일째 하락을 거듭하며 20일 기준 시가총액이 17조3572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23조4731억원에 달하던 시총은 6조1159억원 급감, 시총 순위가 11위에서 18위로 7계단이나 추락했다.

카카오그룹주도 죽을 쑤고 있다. 카카오가 연초 대비 26.46% 빠진 가운데 카카오게임즈(-47.93%), 카카오뱅크(-10.29%), 카카오페이(31.92%)가 모두 두자릿수대 하락했다. 에스엠만 유일하게 47.84% 뛰었다.

개인 투자자 상당수는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에서 종목 투자자들의 데이터를 보여주는 NH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카카오 주식을 산 투자자 31만1583명의 평균 손실률은 52.87%, 평균 단가는 10만2492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투자자 비율은 고작 0.09%에 그쳤다. 이에 일각에서는 개미들이 올 들어 2조7700억원 이상 나홀로 카카오 주식을 순매수한 배경에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물타기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주가 약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분기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영진 리스크도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등기임원이 시세조종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대주주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장주에 불리한 시장 흐름도 주가 반등의 걸림돌로 손꼽힌다. 미국의 고금리가 내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소송과 검찰과 금감원 조사가 집중되고 있고,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카카오 주가 회복은 체질 개선과 신사업 효과가 본격화되는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