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동 사태, 미국에 의한 비극···악화 막을 기회 깡그리 말살”

박광연 기자 2023. 10.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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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23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에 대해 “전적으로 미국에 의해 빚어진 비극”이라며 “중동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자그마한 기회마저 깡그리 말살하였다”고 주장했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중동 사태의 장본인은 미국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이날 같은 내용이 게재됐다.

북한은 지난 7일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통신은 “전면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중동 사태는 전적으로 미국에 의해 빚어진 비극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약속, 항공모함 파견 등을 근거로 들었다.

통신은 또 “18일에는 정화를 실현하고 인도주의 위기를 해소하는 데 목적을 둔 유엔 안보이사회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중동 사태의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자그마한 기회마저 깡그리 말살하였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통신은 “미국은 국내 정치와 세계 패권 전략을 위해 팔레스티나 영토를 비법적으로 강점하고 끊임없는 무장 공격과 비인간적인 민간인 학살, 유태인 정착촌 확장 등을 일삼는 이스라엘을 시종 비호 두둔하였다”며 “이로 하여 독립국가를 건설하려는 팔레스티나 인민의 숙원이 실현되지 못하고 그들이 당하고 있는 역사적 불공평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세계 여론들은 독선적이고 이중기준적인 미국의 대외정책으로 하여 지구상의 안정과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미국의 광태를 예리하게 주시해야 하며 위험하고 어리석은 기도를 단호히 규탄 배격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강조하고 있는 ‘반미 연대’ 차원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상이 지난 18~19일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났을 때 중동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장충돌을 급촉발한 직접적 요인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반미 선동에 집착하는 북한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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