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핀테크 신청하라더니…하세월 사전검토에 대형사 편애까지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2023. 10. 2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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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면제 ‘혁신서비스’ 신청때
금융위 수요조사하며 사전선별
절차·시간 길어져 중소업체 곤란
핀테크 기업 불리해 ‘혁신 장애물’
혁신서비스 인정 62% 대형금융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핀테크 등에서 혁신금융서비스를 도입하는 데 걸림돌로 지적돼온 수요조사(선별접수제, 금융당국의 사전검토)가 폐지된다. 금융회사·핀테크 업계에서는 이 수요조사가 신기술 도입의 주요 빗장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향후 혁신 경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위원회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수요조사 관련 서면 답변서를 통해 “향후 수요조사 절차를 없애고 컨설팅을 거쳐 곧바로 정식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컨설팅받는 기업들이 빠른 회신을 받을 수 있도록 컨설팅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2019년 4월부터 시행중인 혁신금융서비스란 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금융위에 신청한 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2년(1회 연장 가능) 간 금융 관련 법률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는 제도다. 금융거래때 안면인식을 활용하는 것이나 금융사의 알뜰폰 등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이 제도를 통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제도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수요조사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금융혁신법 등에 따르면 기업은 공고 기간 내 신청서와 관련 증빙자료를 첨부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후 기술·금융·법률·소비자 보호 분야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혁신금융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금융위가 서비스로 지정한다.

그런데 금융위는 2019년 7월부터 서비스 지정 희망업체를 컨설팅한다는 취지로 신청서 제출 전 수요조사 절차를 도입했다. 미리 약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한국핀테크지원센터, 금융감독원 등의 컨설팅을 받게 한 후 금융위가 해당 서비스의 수요를 비롯해 사전검토를 한다. 사전검토 결과 수용 가능하다고 판단한 안건만 정식 신청서 제출이 가능한데, 사실상 당국이 신청 받는것 조차 선별해온 셈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사전검토 건수의 16~23%만 정식 신청 안내·허용을 받았다.

금융위는 “수요조사는 정식 신청서 작성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금융회사·핀테크 지원을 위해 도입했다”며 “사전에 큰 부담없이 금융당국과 소통·협의할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 활용돼 제도 정착에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동안 수요조사 신청 후 사업화가 지연되는 경우도 많아 기업들은 ‘희망고문’ 상태에서 조사 결과만 기다렸다. 일각에선 대형 로펌을 통해야 그나마 진행 경과를 알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다.

실제 혁신서비스 지정건수도 수요조사 신청 건수 대비 20%대에 머물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 정식지정 건수도 제도 도입 초기인 2019년 77건, 2020년 58건, 2021년 50건, 지난해 52건으로 감소세다.

또 규제를 풀어 혁신을 독려하겠다는 제도임에도 5대(KB국민·신한·하나·금융·NH농협) 금융지주, 대형회사 위주로 서비스가 지정되면서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5년간 지정된 혁신금융서비스 중 금융회사가 62.6%를 차지한 반면 핀테크 기업은 30.7%에 불과했다.대형 금융사의 추진하는 서비스가 핀테크 등의 중소업체에 비해 수요가 풍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정에서도 유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당국이 제도를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금융위 심사기간을 감내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 핀테크업체들은 사업시작도 못해보고 시설·운영 비용만 나가다 쓰러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중소 핀테크업체의 신청에 대해서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별도로 만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더군다나 금융위가 선별접수제도를 시행할 근거 법령은 없다. 감사원도 지난달 25일 “금융위는 앞으로 신청인이 수요조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한 후 선별적으로 신청을 접수해 기업의 신청 권한을 침해하거나, 사실상 심사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 및 통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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