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독립군·광복군 역사 왜곡 아니다”···홍범도 흉상은 ‘철거’, 안중근 동상은 ‘유지’[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3. 10. 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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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웅 모신 ‘영웅실’ 16일 철거 시작
6·25 등 ‘국난극복사’ 학습 장소로 재편
“항일투쟁 지워 친일파 면죄부 주는 것”
문 정부 이전에 있던 ‘안중근실’은 유지
자료: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
[서울경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으로 이념 논쟁을 빚은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김좌진· 장군 등을 기린 교내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에 본격 착수했다. 육사는 대신 이 공간들을 고구려-수 전쟁, 임진왜란, 6·25 전쟁, 월남전 파병 등 각 시대별·주제별 ‘국난극복 역사학습공간’(국난극복실)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홍범도 장군 등 6인의 독립전쟁 영웅 흉상과 함께 충무관 내에 ‘독립전쟁 영웅실’은 문재인 정부 때 설치됐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육군이 제출한 답변자료를 보면, “독립전쟁 영웅실 개편을 지난 16일에 착공했으며, 다음달 2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초부터 항일 독립투쟁 장군들의 이름이 적힌 명패와 게시물 등의 철거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 2018년 육사는 교내 생도 종합교육시설인 충무관에 홍범도·안중근·김좌진· 등 7명의 이름을 붙인 ‘독립전쟁 영웅실’이 마련했다. 하지만 육군은 지난해 11월 육사 현장토의에서 ‘독립전쟁 영웅실’을 “특정시기 및 단체 관련 중복 및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사례로 거론하며 “사관생도의 국가관·안보관·역사관 향상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이념 논쟁을 자초했다.

좌우 이념논쟁을 불러 일으켰다는 비판에도 결국 계획 발표 1년여 만에 전 정권에서 설치했던 독립영웅 시설물의 철거를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육사는 올해 1월과 5월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에게 철거 계획을 보고한 뒤, 지난 7월 육사에 철거·재편 작업에 필요한 예산 3억7200만 원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사관학교 교내에 설치된 안중근 동상과 육사 내에 있던 안중근실은 ‘국난극복 역사학습공간’ 리모델링과 상관없이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사진 제공=육군사관학교

국방부와 육군에 따르면 ‘국난극복 역사학습공간’은 독립운동 시기등 특정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삼국시대 을지문덕·신라 화랑-고려시대 강감찬-조선시대 임진왜란-구한말 의병활동-임시정부 항일무장투쟁-6·25전쟁 호국영웅-베트남전쟁 ’등 국난극복 시기와 호국영웅들을 망라해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소식통은 “독립전쟁 영웅실은 고대부터 조선 시대 전쟁사, 식민지 시대 항일무장투쟁, 6·25 전쟁 등을 소개하는 학습공간으로 바뀐다”며 “4층에 걸친 각 층에 걸쳐 시대별·주제별로 호국영웅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광복군·독립군 등 독립전쟁 영웅실은 ‘국난극복실’ 중 임시정부 항일무장투쟁실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인물을 기리는 공간이 아닌 시대별 국난극복사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재편해 객관적 역사들을 생도들에게 교육하겠다는 취지다.

육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월 1일 충무관 중앙현관 앞으로 독립군·광복군 흉상을 설치 이전하기 전에는 충무관 실내에 ‘충무공실’, ‘안중근 장군실’, ‘백선엽 장군실’ 단 3실만이 이 중앙의 방(중앙홀)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문 정부 들어 흉상 설치 이전과 함께 ‘백선엽장군실’은 없애고, ‘이회영선생실’로 변경했다. 동시에 김좌진·이범석·지청천·홍범도·박승환 실을 로비에 추가로 설치했다.

육사 관계자는 “교육과정에 과거 특정 시점(독립전쟁 시기)의 선열들의 정신으로 한정 짓지 않는다는 게 육사 생도들의 교육 취지로 타당하는 게 내부의 공통적 의견”이라며 “논란이 됐던 임시정부 독립전쟁 시기를 포함해 극복극본의 모든 시기와 호국영웅들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기 위해 국난극복 역사학습공간을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공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3월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청산리대첩을 이끈 김좌진 장군의 손녀인 김을동 전 새누리당 의원과 육사 생도 등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념 논란은 여전하다. 육군이 ‘편향성’을 근거로 들어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핑계일 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마찬가지로 특정 인물을 겨냥한 ‘역사 지우기’가 의도가 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육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육사 내 기념물은 총 37개인데 이중 91.9%인 34개는 육사 교육이념이나 6.25전쟁 관련된 것”이라며 “독립군·광복군 관련해선 안중근 의사 동상과 그를 기리는 충의비와 흉상 등 단 3개(8.1%)로 독립전쟁 영웅실은 당초 홈페이지 소개에서도 제외돼 있었다”고 비판했다. 실제 육사는 이번 국난극복실 대체 공사에서 문 정부 이전 충무관 중앙홀에 있던 ‘충무공실’, ‘안중근실’은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이 제출한 답변자료에 따르면 기존의 독립군·광복군 흉상 중 홍범도 장군 흉상은 연말까지 독립기념관 또는 전쟁기념관 등 외부로 이전한다.

나머지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주제별(항일무장투쟁, 한미동맹기념, 6·25전쟁, 베트남전쟁 등)로 분류한 프로그램에 따라 흉상들을 이전·재배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권은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한 것도 부족해, 독립전쟁 영웅들을 기리는 공간까지 모두 없애려 하고 있다”며 “홍범도 장군과 항일 투쟁사를 지워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려 하는 철거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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