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빵 시대 명암]②1년 출점 고작 22개…발목 잡힌 K베이커리

김아름 2023. 10. 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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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중기적합업종 선정
사실상 출점 불가능한 상태
편의점·카페 등에 고객 뺏겨
그래픽=비즈워치
바야흐로 K-빵의 시대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대표 주자들의 성과가 눈부시다. 하지만 이들이 해외 공략에 집중하는 데는 국내에선 더이상 성장을 어렵게 하는 '반쪽' 규제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K빵의 빛나는 활약상과 그 뒤에 놓인 그림자를 짚어본다.[편집자]

K베이커리들이 해외에 공을 들이는 데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크다. 상생을 위해 만들었던 '중기적합업종' 규제 여파 때문이다. 이들이 발목을 잡힌 사이 대기업 편의점과 커피 전문점들이 벌인 베이커리 사업은 무섭게 성장했다.   

성장 족쇄 된 '중기적합업종'

지난 2013년 2월 정부는 제과점업을 중기적합업종에 선정했다. 이에 따라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강력한 출점제한 규정에 걸렸다. 가맹점 신설이 전년도 점포 수의 2% 이내로만 허용되고 개인 빵집 인근 500m 내에는 재출점이나 신규 매장 오픈이 제한됐다.

규제의 힘은 강력했다. 2013년 3220개였던 파리바게뜨의 전국 가맹점 수는 9년이 지난 지난해 말 기준 204개 늘어난 3424개에 머물렀다. 뚜레쥬르는 영향이 더 컸다. 9년간 늘린 가맹점 수가 고작 40여개 수준이다. 

파리바게뜨 연간 가맹점 추이/그래픽=비즈워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옭아맸던 중기적합업종 규제는 지난 2019년 만료됐다. 하지만 여전히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신규 출점은 쉽지 않다. 2019년 이후 파리바게뜨의 연간 출점 수는 각각 14개, 10개, 18개, 16개다. 반면 2013년 매장 수가 599개에 불과했던 스타벅스는 연 평균 200개 가까운 출점을 진행, 지난해엔 매장 수가 1700개를 돌파했다.

이는 2019년 8월 대한제과협회와 맺은 상생협약의 영향이다. 중기적합업종과 같은 수준의 규제가 2024년까지 적용된다. 당시 제과업계는 중기적합업종보다 강도가 높은 생계형적합업종 선정을 요구하다가 방향을 틀었다. 결국 SPC와 CJ푸드빌이 상생협약에 동의하면서 출점 제한 규제가 이어지게 됐다.빵집 된 대기업 편의점·카페

중기적합업종 선정과 상생협약의 취지는 '동네빵집'의 생존이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무분별하게 들어와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제과점업'이 아닌 채널의 간접 진출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쪽 규제라는 평가다. 

실제 최근 들어 GS25, CU 등 대기업 편의점들은 베이커리 카테고리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25는 2021년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디크'를 론칭해 1년 반만에 300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 편의점 시장 최고 히트작이 된 CU의 연세우유생크림빵은 단일 제품으로 1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00만개를 돌파했다. 매출로 계산하면 400억~500억원 규모다. 

CU의 주력 베이커리 제품인 연세우유크림빵. /사진제공=BGF리테일

커피전문점 역시 객단가 상승을 위해 베이커리 카테고리를 키우는 추세다. 커피전문점 1위 스타벅스의 경우 푸드류 매출 비중이 전체의 15%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의 지난해 매출 2조5939억원에 대입하면 약 3900억원에 달한다. 

이디야커피 등 2000~3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중저가 커피 브랜드들도 베이커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디야에 따르면 이디야커피의 지난해 베이커리·대용식 매출은 2017년 대비 200% 증가했다. 케이크와 베이글, 마카롱 등 일반적인 사이드 메뉴는 물론 생딸기 팬케이크, 슈크림 붕어빵, 츄로스 등 신규 베이커리 메뉴를 강화한 덕이다. 

이들은 대기업 베이커리와 비교되지 않는 시장 침투력을 갖고 있다. 주요 편의점 브랜드들은 이미 1만개 이상의 전국 점포 수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매년 1000개 안팎의 신규 출점도 진행하고 있다. 실제 CU는 지난해 932개의 점포가 순증했고 GS25도 949개 늘었다. 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커피전문점들 역시 연 100개 이상의 매장을 늘리며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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