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밖으로 나온 보물들…깊어가는 가을 불교미술 걸작과 만난다

노형석 2023. 10. 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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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전 제작 ‘목조관음보살입상’
동국대 박물관 60돌 특별전 공개
백양사·월정사 소장품도 나들이
동국대박물관의 개관 60주년 특별전에 나온 17세기의 ‘목조관음보살입상’. 1620년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불상은 전시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노형석 기자

이 가을 불교미술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은 가슴이 설렌다.

호남과 강원도의 유명사찰인 백양사와 월정사에서 오랜 세월 비장해 온 명품들이 처음 서울과 춘천 등의 도시 박물관으로 나들이를 나왔다. 알짜 작품 많기로 유명한 동국대박물관도 개관 60돌을 맞아 잘 알려지지 않은 걸작 소장품들을 진열장에 내놓았다.

동국대 박물관(관장 임영애)이 지난 11일부터 열고 있는 개관 60주년 특별전 ‘동국(東國)에 오신 부처님’(12월26일까지)에서 단연 눈길을 끌어당기는 대표작은 동자승 같은 400년 전 불상이다. 1620년 만든 것으로 밝혀진 ‘목조관음보살입상’으로 그동안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진중하면서도 앙증맞은 표정에 정갈하게 돋을새김 된 가슴 장식과 매무새의 모습이 돋보이는 이 입상은 임진왜란 이후 17~18세기 조선 중후기의 불상들이 대부분 사각진 모양으로 규격화한 상황과는 차별화한 수작으로 꼽힌다. 특히 이 불상의 몸 속에 신성한 내용물로 들어갔던 범어 불경 다라니 부적과 궁중상궁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최씨 환이의 인명이 들어간 1620년 조성기록, 후령통(복장유물을 담는 통), 오곡, 오방경(거울) 등이 온전한 상태로 처음 공개된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충남 보령 성주사터에서 출토된 12세기께 고려시대의 불상. 흙으로 빚은 여래좌상이다. 노형석 기자

충남 보령 성주사 유적의 삼천불전터에서 출토된 12세기께 고려시대의 불상 2점은 흙으로 빚은 여래좌상이다. 그 시대 장삼이사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소탈한 용모를 지녔는데, 불상 곁에서 함께 나온 자잘한 청자덩어리들을 함께 전시한 것이 이채롭다. 박물관 쪽은 이 청자덩어리들이 불상의 가슴에 박아넣은 심장 형태의 복장물일 것이라고 추정된다는 설명을 붙여놓았다. 자신들의 얼굴을 닮은 부처에 청자 심장을 바치며 간절하게 발원했을 당대 서민들의 고뇌 어린 내면을 짐작하게 된다. 전시에는 ‘백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1390년)’ ‘목조아미타삼존불감(1637)’ ‘영산회상도(1777년)’ 등 보물급 유물들도 나왔고, 초대관장인 황수영 박사의 친필 조사자료들과 돌, 흙, 금속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불상의 내부 얼개 등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전남 장성 백암산 기슭에 자리한 1400년 고찰 백양사의 명품 132점을 처음 바깥 관객에게 소개하는 특별전 ‘백암산 백양사’(12월10일까지)도 서울 견지동 조계사 경내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서봉스님)에서 호평 속에 펼쳐지고 있다. 최근 발견돼 만든 연대가 밝혀진 1653년 작 명부전 ‘지장보살좌상’과 이 불상에서 나온 발원문(發願文) ‘조성필공기’ 등 다수의 백양사 성보들이 관객 앞에 처음 나왔다. 뿐만 아니라 나주 심향사 ‘건칠아미타불좌상’, 불회사 ‘건칠비로자나불좌상’, 죽림사 ‘건칠아미타불좌상’과 괘불 등도 출품돼 전남 지역 다른 사찰의 명품 유산들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지혜의 화신 문수보살이 깃들었다는 강원도 오대산의 고찰 월정사와 상원사에 있는 국보 1건, 보물 7건을 포함한 유물 108점을 한자리에 모은 국립춘천박물관(관장 이재열)의 특별전 ‘오대산 월정사’(12월25일까지)도 빼놓을 수 없는 불교미술품과 문헌사료의 잔치다. 단연 손꼽는 대표유물은 1464년 승려 신미 등이 세조 임금의 만수무강을 빌기 위해 상원사를 새로이 단장하면서 지은 문서기록인 ‘평창 상원사 중창권선문’(국보). 조선 초기 한글 서체와 표기 등을 연구하는데 필수적인 일급 고문서다.

불교중앙박물관의 특별전 ‘백양사’에 나온 죽림사 세존 괘불탱 불화. 불교중앙박물관 제공

경내 팔각구층석탑의 1층과 5층에서 발견된 불상, 호리병 모양의 수정 사리병, 국보인 목조문수동자좌상과 보물인 목조문수보살좌상의 몸체 안에서 나온 적삼 등의 복장 유물들도 처음 절밖으로 나와 관객을 맞고 있다. 전시 말미로 가면 한국전쟁으로 불탄 월정사를 다시 일으킨 큰 스님 한암(1876~1951)과 탄허(1913~1983)의 글씨들도 만나게 된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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