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엔 한국 GDP 앞섰는데"…빈살만이 尹 국빈 대접한 까닭 [오형주의 정읽남]

오형주 2023. 10. 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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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역대 최초로
사우디 국빈 방문
빈 살만 왕세자, 과거 인터뷰에서
한국과 사우디 GDP 추이 비교
사우디 ‘비전 2030’ 추진하며
한국을 중점 협력국으로 지목
전기차·수소 등 탈탄소 협력 가시화
“한국은 사우디의 최적 파트너”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의 안내로 협정 및 MOU 서명·교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1970년대 후반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보다 더 많았습니다. 지금 한국은 세계 10위권인 반면 우리는 20위 수준에 머물러 있죠.”

사우디의 실권자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38)는 지난달 20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사우디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불쑥 한국과 사우디의 GDP 규모를 비교하며 이 같이 말했다. 사우디의 미래 성장 비전을 언급하면서 직접적인 비교 대상으로 한국을 지목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사우디를 국빈 방문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국빈 방문이 성사된 배경에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빈 살만 왕세자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라는 ‘돌발변수’도 빈 살만 왕세자의 윤 대통령 초청 의지를 꺾지 못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우디 측에서 우리가 (분쟁을 이유로)일정을 바꾸거나 취소하지 않고 반드시 이번에 일정대로, 상호 계획한 대로 와주셨으면 좋겠다는 강한 입장을 먼저 피력해 왔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이처럼 윤 대통령의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석유에 의존하던 ‘탄소 기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탈탄소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1930년대부터 석유 채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경제 전체가 ‘오일머니’로 돌아간다고 봐도 될 정도로 석유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반면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2021년 기준 사우디 수출액의 67.7%를 원유 등 석유류가 차지했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땐 재정수입이 크게 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졌지만, 유가가 햐향 안정화될 때엔 재정적자가 발생하며 성장률도 곤두박질하는 일이 반복됐다.

한국(녹색)과 사우디아라비아(적색)의 1980~2022년 국내총생산(GDP) 추이. 국제통화기금(IMF)


사우디가 오일머니에 안주하는 동안 이렇다 할 부존자원 하나 없는 한국은 제조업에 집중 투자해 1970~80년대 놀라운 고도성장을 이뤄내며 사우디의 경제규모를 추월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80년 사우디의 명목 GDP는 1645억달러로 한국(653억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하지만 1985년에는 사우디 1038억달러, 한국 1013억달러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1986년에는 한국 1168억달러, 사우디 868억달러로 마침내 한국이 추월에 성공했다. 이후 2022년까지 37년간 한국의 GDP 규모는 줄곧 사우디를 웃돌았다.

2015년 자신의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 즉위 후 국방장관에 오르며 실권을 장악한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4월 ‘비전 2030’이라 불리는 경제개혁 청사진을 발표했다. 관광,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을 육성해 석유 고갈 이후 경제에 대비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 제도개혁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네옴시티, 홍해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재원은 아람코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처럼 사우디가 추진하는 ‘국가 대개조’에는 관련 역량과 지식, 경험을 갖춘 해외 국가에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사우디는 5개국을 ‘중점 협력국가’로 지정해 협력 확대에 나섰다. 5개국은 미국, 중국, 일본, 인도 그리고 한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비전 2030' 주요 내용


사우디는 그 중에서도 한국의 발전 경험과 첨단제조, 문화콘텐츠 등 역량에 주목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한국은 그런 제조 능력이나 첨단기술에 대한 능력을 갖고 있고, 단기간에 산업을 발전시킨 경험도 있다”며 “사우디 입장에서는 한국이 가장 최적의 파트너라고 저희도 생각하고 있고 사우디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열린 한-사우디 정상회담에서도 전기차 등 미래 신산업은 물론 수소 등 탈탄소 분야 경제협력이 주된 논의대상으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가 사우디 국부펀드와 맺은 4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현지 전기차 조립공장 설립을 위한 계약, 한국전력과 포스코홀딩스, 롯데케미칼 등이 아람코의 블루(청정) 암모니아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사우디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날 양국은 윤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156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 및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총 51건으로 지난해 양국이 맺은 90억달러(약 39조원) 규모 투자 협력을 더하면 60조원 수준에 이른다.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한국은 사우디의 최적의 파트너”라며 “양국 관계가 전통적인 에너지와 건설 등 분야에서 자동차, 선박도 함께 만드는 첨단산업 파트너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국가발전 전략인 ‘비전 2030’ 중점 협력 국가인 한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리야드=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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