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CO2 지중저장, 안전한가요?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구스 크릭 유전에서 처음으로 지반 침하가 관찰됐다. 지반 침하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유가스 및 지하수의 생산이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됐다. 그렇다면 반대로 지하공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것은 안전할까?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수송하여 지하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안전 관련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평가 방법이 고려되고 있다. 특히, 유체를 주입·저장하는 과정에서 지하공간의 압력이 증가하면서 암석에 균열이 생길 수 있고, 기존에 있던 단층이 재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균열이나 단층을 통해 유체가 누출될 수도 있다. 또한,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지반이 변형되면서 우리의 생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유체를 주입하기 전에 암석이 깨지지 않는 허용 압력을 산출하고 그에 적절한 주입 유량을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여러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저장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예측하고,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설비와 운영 방안을 설계한다. 유체를 주입하는 동안에는 압력, 온도 등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시나리오를 업데이트하고, 지하공간 탐사를 통해 유체가 안전하게 저장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년간 한-EU 국제공동연구로 SENSE 프로젝트에 참여해 CO2 지중저장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유동-역학 연계 모델링 연구를 수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CO2 지중저장 기술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EU ACT(Accelerating CCS Technologies)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연구과제 중 하나다. 노르웨이 연구기관 NGI(Norwegian Geotechnical Institute)의 주관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전 세계 14개 기관이 참여하였으며, 인공위성을 이용한 육상 지표면 또는 광섬유를 이용한 해저면 변위 모니터링 및 지질역학 모델링, 그리고 통합역산을 통한 저장공간 내 이산화탄소 거동과 압력변화 모니터링 기술 개발을 목표로 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지질자원연이 연구한 지역은 알제리의 인살라(In Salah) 현장이다. 인살라 현장은 대규모 CO2 지중저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38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했으며, 안정적인 모니터링을 위해 인공위성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지표면의 변위를 측정하고 있다.
위성 자료 분석 결과,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동안 주입정 부근에서 지표면이 15-22 mm 상승한 것이 확인됐다. 유체가 주입됨에 따라 저장공간의 압력이 증가하면서 부피가 팽창하게 되고, 이로 인해 지표면 변형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압력이 과도하게 상승해 균열 생성 및 누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체 유동과 함께 역학을 고려한 모니터링이 수반돼야 하는 이유다.
이에 지질자원연은 국내 최초로 유동-역학 연계 모델링을 통해 이산화탄소 주입이 저장공간의 압력 변화와 지표면의 변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위성 자료와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저장공간 모델을 구축할 때 지형 및 부존가스와 함께 단층을 고려하여 지표면의 변형 패턴까지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이 연구결과는 향후 국내 CCS(Carbon Capture Storage·이산화탄소 저장기술) 실증 시 이산화탄소가 안전하게 저장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새로운 안전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CO2 지중저장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기술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안전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연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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