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받고 되레 양쪽 눈 실명했는데···"성공했다" 홍보한 동물병원

김태원 기자 2023. 10. 2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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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40%는 남아있었는데 완전 실명
처음엔 허위광고 인정 안 하던 병원 측
수의사 면허 정지되자 그 때서야 인정
시력이 40%는 남아있던 강아지. 아직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자식 같던 반려견이 눈 수술을 받은 후 실명하게 됐는데 병원은 수술 전후 사진을 바꿔 올려 ‘성공 사례’라며 거짓으로 홍보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다. 실명도 인정하지 않은 이 병원은 허위 광고가 아니라며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북 포항에 사는 A씨는 지난 4월 29일 7살 된 반려견의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부산에서 유명한 B 동물병원을 찾아 먼저 왼쪽 눈의 백내장 등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오른쪽 눈은 의사의 권유로 안약 치료를 했다.

A씨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B 동물병원이 안과 쪽으로 많이 홍보하고 치료를 잘해준다고 알려져 찾아갔다고 한다.

그러나 반려견의 상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악화했고 병원은 회복에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수 있으니 기다려 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A씨는 이 말을 믿을 수 없어 지난 8월 초 부산의 다른 동물병원을 찾았더니 반려견의 양쪽 눈이 모두 실명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반려견의 눈은 각막 천공, 안구 위축, 망막 손상 등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수술받기 전 시력이 40%가량 남아있어 주인과 눈맞춤을 하던 반려견은 수술 후 앞을 보지 못해 항상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밥도 잘 못 먹어 많이 말랐다. 또 부딪히고 넘어질 때를 대비해 머리에 늘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실명한 후 부딪히는 일이 많아 머리에 보호장구를 차고 있다. 왼쪽 눈은 보호장구에 가려져 있는데 실제는 심하게 손상돼 있다. 연합뉴스

더 황당한 일은 B 동물병원이 A씨 반려견의 수술 전후와 양쪽 눈 사진을 바꿔서 수술 성공사례로 병원 홍보 블로그에 한 달간 올려놓은 것이다. 수술받기 전 귀여운 모습을 되레 수술 후라고 소개했고 수술 1개월 후 사진에는 수술하지 않아 비교적 상태가 좋았던 오른쪽 눈 사진을 올렸다. A씨는 이런 사실을 인터넷 검색을 하다 발견하고 B 병원에 항의했으나 변명만 해 관련 사실을 당국에 고소하고 반려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공개했다.

B 병원 원장은 이에 대해 실수였다면서 허위 광고가 아니라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B 병원장은 한 수 더 떠 A씨를 명예훼손과 협박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최근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 병원장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를 거쳐 허위광고로 15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B 병원장은 언론 취재 과정에서도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했다. 블로그 사진은 치료가 성공한 것이 맞기 때문에 허위 광고가 아니라고 주장했고 강아지의 실명 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림축산부의 수의사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진 후에야 허위광고가 실수였다면서 사진을 엉터리로 올린 부분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다. 강아지의 실명도 부산의 다른 유명 병원의 정식 진단서가 발급되자 받아들였다.

B 병원장은 강아지의 실명 사실을 인정하지 않다가 최근 다른 유명 병원의 진단서가 나오자 그제야 잘못을 수긍했다. 연합뉴스

그는 "반려견의 왼쪽 눈을 수술하고 오른쪽 눈 사진을 올려 좌우를 혼동했고 수술 전 사진을 수술 후 모습이라고 소개해 두 가지 사진이 잘 못 됐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수술 성공은 왼쪽 눈의 각막 궤양에 대한 응급수술에 성공했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였더라도 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처벌에 이의는 없다. 앞으로 더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겠으며 변명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블로그 광고를 믿고 찾은 병원이었는데 속았다는 생각이다. 다른 사람도 당할 수 있어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에 알리고 병원 측과 법적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반려견을 치료하기 위해 16차례 부산을 방문하고 660만원의 치료비를 사용한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고 절규했다.

그는 "많은 병원 중에 그 병원에 가서 강아지에게 고통을 주고 실명하게 만들어 자책감이 너무 심하게 든다. 강아지가 여기저기 부딪히며 남은 생을 고통받으며 살 것을 생각하면 후회가 크다. 수술대에 강아지를 올린 것은 나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들다. 병원과 싸움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고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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