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종 커리어라 생각 안 했다"…'446억 잭팟' KBO 역수출 신화, WS 운명 결정한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국에 있을 때 내 최종 커리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내 최종 목표는 (메이저리그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KBO 역수출 신화를 쓰고 있는 메릴 켈리(35,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늘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생활 관련 질문을 받는다. 켈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시즌 동안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김광현(35)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4시즌 통산 성적은 119경기, 48승32패, 729⅔이닝, 641탈삼진, 평균자책점 3.86이다. 켈리는 한국에서 커리어를 인정받아 2019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에서 뛰고 있는데, 한국을 떠난 지 5년이 흐른 지금도 켈리는 미국에서 'KBO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켈리는 22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국에서 뛸 때 빅리그 포스트시즌 무대에 선발 등판하는 꿈을 꿨는가, 아니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먼 이야기였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켈리는 "매일 꿈꿨다. 내가 한국에 갔을 때, 예전에도 말했지만 내 최종 목표는 언젠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넌 여기까지야'라는 생각은 내 머릿속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한국 생활이 가까운 미래(메이저리그 복귀 순간)가 다가오기 전까지의 커리어라고만 받아들였다. 한국 생활이 내 커리어의 끝이라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나는 여기 인터뷰실에 앉아서 여러분(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꿈을 꾸는 것은 내 일상 루틴이기도 했다. 한국에 있으면 메이저리그 경기가 잠에서 깰 시간인 이른 아침에 열린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경기를 확인했다. 먼저 내가 아는 선수들과 친구들이 빅리그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다음에는 내가 언젠가 미국에 돌아갔을 때 내게 기회를 줄 수 있고, 또 내가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팀들에 주의를 기울였다.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생활은 켈리의 야구 인생을 완전히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켈리는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무대는 단 한번도 밟아본 적이 없었다. 켈리는 26살 어린 나이에 KBO리그에 도전하면서 커리어 전환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고,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SK 시절 활약상을 관심 있게 지켜본 애리조나 측이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켈리에게 2년 550만 달러 계약과 메이저리그 데뷔 기회를 안겼다.
켈리는 애리조나에서 단숨에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차면서 KBO 역수출 신화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해까지 5시즌 통산 127경기에 선발 등판해 48승43패, 750⅔이닝, 681탈삼진,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하면서 2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2019년 계약 첫해부터 12승을 거두면서 성공의 서막을 알렸고, 지난해 13승, 올해 12승을 거두면서 꾸준히 애리조나 선발진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애리조나는 자연히 켈리의 활약에 걸맞은 대우를 꾸준히 제시했다. 켈리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동안 3300만 달러(약 446억원)를 보장받았다.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와 2년 550만 달러 계약을 했고, 2021년 425만 달러, 2022년 525만 달러 구단 옵션이 모두 실행됐다.
애리조나는 2022년 시즌에 앞서 2년 연장 계약서까지 제시했다. 2024년까지 1800만 달러가 보장됐다. 사이닝 보너스는 100만 달러고, 2023년과 2024년 연봉은 800만 달러다. 2025년 구단 옵션 700만 달러가 있고, 구단이 옵션 실행을 거부하면 켈리는 바이아웃으로 100만 달러를 받는다.
애리조나는 올해 내셔널리그 6번 시드로 가을야구 막차를 탄 가운데 92승팀 밀워키 브루어스, 100승팀 LA 다저스를 차례로 꺾고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밀워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승, 다저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3승을 거두면서 5전 전승으로 승승장구했다.
켈리는 애리조나 선발 마운드의 주축으로 함께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1패, 12이닝,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데뷔전이었던 지난 8일 다저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6⅓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11-2 완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챔피언십시리즈 상대인 필라델피아 강타선에는 고전했다. 지난 18일 필라델피아와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4실점으로 고전하면서 패전을 떠안았다. 애리조나는 0-10으로 완패했다.
애리조나는 필라델피아 원정이었던 1, 2차전을 내리 지면서 기세가 잠시 꺾였지만, 홈에서 치른 3, 4차전을 내리 이기면서 시리즈 2승2패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22일 5차전까지 기세를 이어 가나 했는데, 필라델피아 주축 타자 브라이스 하퍼와 카일 슈와버, JT 리얼무토에게 홈런포를 얻어맞는 바람에 1-6으로 완패했다. 애리조나는 이제 1패만 더 하면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켈리는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24일 필라델피아 홈구장에서 열리는 6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2차전에 한 차례 등판했던 만큼 필라델피아 홈팬들의 응원 분위기에는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패면 탈락한다는 중압감을 덜어내고 자기 공을 던지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켈리는 "나는 경기에 나설 때 월드시리즈에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만 던진다. 필라델피아 홈구장이든, 달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경기에 잘 던지기만 하면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월드시리즈행을 이끌 수 있는 투구를 펼치고 있다면, 그게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원정구장은 신경 쓰지 않고 팀 승리를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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