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에 소용돌이 빠진 韓증시… 증권 전문가 "4분기 박스권 탈출"

이남의 기자 2023. 10. 2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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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이·하마스 전쟁에 고금리 복병, 韓금융 어디로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셀 코리아'… 연말 코스피 상단 2680

[편집자주]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장기화된 고금리 상황에서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5%를 돌파했다. 미국의 과도한 국채 발행과 경제 지표 호조에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고 한국 국채는 미국 국채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금리 레벨을 높이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대를 돌파했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셀 코리아' 속에 출렁이는 분위기다. 중동의 불안감에 국제유가는 90달러를 오가고 있다.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는 급등해 연말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등 아브라함 계통의 세 종교 성지인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수천 년 간 이어진 뺏고 빼앗기는 점령의 싸움이 재개되면서 한국의 금융시장은 또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중동 분쟁에 소용돌이 빠진 韓증시… 증권 전문가 "4분기 박스권 탈출"
② 1년 만에 주담대 금리 다시 8%대?… 시름 깊어진 '영끌족'
③ '황제주' 에코프로 와르르… 테마주 광풍에 뛰어든 투자자 암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 한국 증시가 소용돌이에 빠졌다.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셀(sell) 코리아'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코스피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개최된 직후인 9월20일 이후 코스피는 4% 가까이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7% 넘게 빠졌다. 같은 시기 일본의 닛케이22지수5(닛케이 평균주가)는 2%대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는 각각 1% 안팎 하락하는데 그쳤다.

대만증시 가권지수는 오히려 상승세를 기록했다. 머니S는 6대 증권사(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KB·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들을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간 충돌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국내 증시를 진단했다.


"4Q 코스피 오른다"… 예상 밴드 2370~2680


6인의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내다 본 연말 코스피 밴드는 2370~2680이다. 올 한해 코스피 밴드가 2180~2660인 점을 고려하면 상·하단이 각각 190~20포인트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증시는 지난 8월1일 코스피가 2668까지 오르며 2700선을 넘어 삼천피(3000) 회복을 꿈꿨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충돌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상승을 점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고금리 정책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 중동 정세가 악화돼 국내 주식시장이 상당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에 미국채가 유로존 국채 등 보다 상승세를 보여 달러는 강세, 국내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이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중동의 분쟁이 확산될 경우 미국과 아랍 내 친미진영 연합국이 참전해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확전을 막을 경우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불안 속에 국내 증시의 향방을 쥔 것은 연준의 통화정책이다. 오는 11월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동결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대를 유지하고 근원CPI가 전년 동월 대비 4.1% 오르는 등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연준은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5.25∼5.50%)를 동결했지만 올 연말 금리 전망치(중앙값)는 5.6%를 제시하며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970년 중동전쟁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국내 증시 하락세를 이끌었으나 경기 사이클이 회복국면으로 가는 상황에선 지정학적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며 "연준이 경기 회복 속에도 긴축을 이어가면 주식시장에 혼란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쟁이 단기적으로 주식시장 하락을 가져올 수 있으나 변수는 연준의 통화정책"이라며 "긴축정책을 유지하는 연준이 3분기 기업의 양호한 실적을 기반으로 '피봇'(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선언하면 대형주로 투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격언을 인용한 '10월에 사서 5월에 팔라'는 조언도 나왔다. 10월부터 추석, 추수감사절 등 연휴에 소비가 늘어나고 크리스마스 특수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오태동 센터장은 "4분기 미국 증시는 대형 은행의 양호한 실적에 국채 수익률 급등에도 강보합세를 보인다"며 "소매판매가 늘어나는 4분기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배당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면 저점 매수 타이밍"이라고 밝혔다.


'강달러' 1400원, 90달러 고유가 변수


국제유가도 출렁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분쟁 시작 후 일주일간 7% 넘게 급증, 지난 2월 이후 최대 주간 오름폭을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12월물도 상승세다. 분쟁 장기화는 원유 수급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이란이 개입할 경우 미국의 제재 강화로 이어져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2415.80)보다 40.80포인트(1.69%) 내린 2375.00에 장을 마쳤으며,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84.04)보다 14.79포인트(1.89%) 하락한 796.25에 거래를 종료했다. /사진=뉴시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6인이 내다 본 원/달러 환율 상단은 1400원이다. 국제유가가 더 뛰면 강달러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진단이다. 주요 여섯 개 통화의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도 한 달 반 사이에 2% 가까이 올랐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중동 불안에 유가 불확실성이 커져 주식시장에 불안한 변수로 작용하고 강달러를 부추길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상단은 최고 1400원에 올라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기 펀더멘탈이 양호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면서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상단은 1375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국제유가 150달러 돌파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120달러까지 올랐을 때는 수요가 뒷받침됐으나 현재 휘발유, 경유 등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해 국제유가와 격차를 벌리고 있어서다.

서철수 센터장은 "최근 석유 제품의 수요가 강하지 않아 공급 차질에 따른 유가 상승이 제한적으로 보인다"며 "유가 상승분이 휘발유 가격에 전가되지 않은 가운데 휘발유 마진이 축소돼 최고 100달러 선까지 제한적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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