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우디 공동성명 나온다…대공방어·화력무기 '방산협력' 막바지 논의
"방산, 사우디 협력서 블루오션…이·팔 전쟁, 직접 개입할 단계 아직 아냐
(리야드=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3일(현지시간) 양국 협력 분야와 방향을 총망라한 '한-사우디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공동성명에는 중동 최대 현안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한 핵·미사일 등 안보 협력 방안도 담길 전망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확전일로 양상을 보이며 중동 정세가 불확실성의 위기에 몰린 가운데, 한국과 사우디 양국은 대공방어체계와 화력무기 분야에서의 '방산 협력'을 막바지 단계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빈 살만, 양국 협력 총망라한 '한-사우디 공동성명' 발표
김태효 국가안보안보실 1차장은 22일 현지 브리핑을 통해 "이번 회담 기간에 한국과 사우디는 정무, 경제, 사회, 문화, 국제사회 등 양국 협력 분야를 총망라해 협력 현황과 방향을 담은 '한-사우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로 하고 문안을 현재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2일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와 2시간가량 회담 및 국빈 오찬을 갖고 양국 경제와 인프라 협력 고도화 방안과 에너지·안보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공동 성명은 회담 하루 뒤인 23일 발표될 전망이다.
국빈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경제인 3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및 참모진 외에 기업 총수가 국빈 오찬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경제인들은 사우디 국부펀드(PIF) 경영자 등과 앉아 실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양 정상은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체결된 29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계약 및 MOU가 구체적인 성과를 맺고 있는 점을 평가하고, 양국 협력을 기존 에너지·건설 분야에서 첨단산업·관광·문화교류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현재까지 290억 달러 중 약 60%(약 174억 달러) 이상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가시화됐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기업은 15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신규 계약 및 MOU 51건도 체결할 예정이다. 경제 이외 분야 MOU까지 모두 합치면 총 60여건에 달할 전망이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외교관·관용 여권 소지자에 대한 사증 면제 협정 △한-사우디 전략파트너십 위원회 설립에 관한 MOU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 △통계분야 협력에 관한 이행 프로그램 △식품 및 의료제품 분야 협력에 관한 MOU 등 1건의 협약과 4건의 MOU을 체결했다.
김 차장은 "기존의 석유에너지 중심으로 움직였던 에너지 협력은 이제 탈탄소, 원자력, 수소에너지 협력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면서 "기존의 건설 인프라에 치중되었던 도로 건축 분야의 인프라 협력 사업은 이제 친환경 미래도시 건설과 새로운 주거 환경 조성, 그리고 스마트팜 농업 협력 등으로 미래 산업 분야로 인프라 분야도 그 내용이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방산협력 막바지 논의…이·팔 전쟁, 개입·입장 단계 아냐"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안보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정식 계약이나 문건 체결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과 사우디 양국은 대공방어체계와 화력무기 관련 방산 협력을 막바지 단계에서 논의 중이라고 김 차장은 밝혔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사태를 둘러싼 국제 정치·경제 역학관계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며 "(두 정상은) 인도적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확인했고,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 회복을 위해 필요한 역할과 기여해 나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이 이날 발표할 공동성명에는 중동 사태와 한반도 정세를 아우르는 '안보 협력' 원칙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국의 공동 성명 문안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우크라이나 문제, 한반도 안보 문제 등이 적시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한국과 사우디 간 방산 협력도 곧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방산은 사우디와의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대공방어체계와 화력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김 차장은 이어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따른 방산 수요 증가로 단기적인 협력이 아닌, 양국 협력 분야에 '방산'을 포함해 주력 고객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무기와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가 상정하고 있는 위협 대상들이 있다"면서 "사우디가 어떤 무기체계를 구매하는지, 액수는 얼마인지 등이 밝혀지면 주변국들이 (무기와 규모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라고 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중동 사태와 관련해 '순수한 인도적 지원' 수준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쟁 악화 가능성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대한민국은 우선 기존의 국제 법규와 법령을 최대한 강조하고 촉구하는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인도적인 현안에서부터 지원과 기여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해서 우리가 군사적·정치적·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특정한 입장을 가질 만한 단계는 아직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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