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에픽하이, 홍대 지하서 코첼라 위…"우린 서 있어 HERE"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첫 계약은 500에 3년 / 첫 숙소 500/30 / 첫 페이는 얇은 봉투 세 장 속에 만 원씩 / X 같지만 뭐 어때? / 오늘은 안주 먹는 날 (…) 습한 홍대 지하에서 코첼라 사막 위 / 배경은 달라졌지만 내 땀은 마르지 않지 (…) 수천 번 넘어지고도 우리는 서 있어, 히어(HERE)"(에픽하이 '프리퀄(Prequel)' 중)
힙합 그룹 '에픽하이(Epik High)'가 23일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꼭 20년 전인 2003년 10월23일 첫 정규 음반 '맵 오브 더 휴먼 솔(Map Of The Human Soul)'을 발매하며 데뷔한 이들은 국내 힙합의 '현실적 모순'을 '문학적 해결'을 통해 타파하며 '한국 힙합'의 체질을 바꾸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타블로, 미쓰라, 투컷 등 세 멤버로 구성된 이 팀은 국내에서 힙합을 둘러싼 이질적인 요소의 충돌을 때로는 정통적인 격렬함으로 때로는 대중적인 부드러움으로 완화시켜왔다. 문학적인 노랫말, 서정적인 멜로디, 탄탄한 비트 메이킹 등 3박자가 맞물리며 평단·대중의 호평을 골고루 얻었다.
언더 그라운드 힙합 공동체(무브먼트)와 K팝 대형 기획사(YG엔터테인먼트)를 오갔고, 힙합 콘서트와 예능 프로그램을 동시에 출연하는 등 이들의 궤적은 국힙(국내힙합)의 중심을 잡는 중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거 없는 괴소문에 시달리고 이유 없는 안티팬의 공격을 받은 이들의 삶은 국내 연예계와 사회가 합작한 부조리함이 만들어낸, 롤러코스터 같은 드라미틱한 부산물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에픽하이 이즈 히어(Epik High Is Here)', 이들은 언제나 한국 땅 여기에 서 있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슈가를 비롯해 수많은 '에픽하이 키즈'를 키워내며 지금도 한국 대중음악 신(scene)에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혈기 넘치던 청년들이 모두 유부남이 됐지만 초창기 힙합 정신은 항상성을 유지 중이다.
팬덤 '하이스쿨'은 더 두터워지고 있다. 애초 오는 12월 16~17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두 차례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는데, 단숨에 매진돼 같은 달 15일 공연을 추가했다. 매일 세트리스트가 달라 공연 추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20주년을 맞는 해에 팬들을 위해 결정했다. 국내 힙합그룹으로는 드물게 미국 투어를 진행하고, 전 세계적인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 아츠 페스티벌'에 세 번 초청을 받은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음악 전문가 일곱 명에게 ①에픽하이가 우리 대중음악계 끼친 영향 ②에픽하이 노래 톱3 ③에픽하이 노래 중 최고의 노랫말 등을 물었다. 다음은 그에 대한 대답.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
② ▲'플라이(Fly)' : 긴 무명의 힙합 트리오를 최고 인기 그룹으로 만들어준 히트곡 ▲우산 : 에픽하이 서정성의 극치. 윤하와 함께, 영원히 비오는 날이면 떠오를 노래. ▲'본 헤이터(Born Hater)' : 영원히 나이들지 않는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장르 음악 신에서도 존경받는 에픽하이의 모습이 담겼다. 세로 형식 뮤직비디오 역시 숏폼 플랫폼의 오늘을 예견했다.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
② ▲'예스터데이(Yesterday)' ▲'낙화' ▲'레슨(Lesson) 3 (MC)'
③ '슈프림(Supreme) 100' : "나는 악동 yeah 문학동네에서 노는 두 얼굴의 문화 잡종 yeah"
유지성 프리랜서 에디터
② ▲평화의 날 : 에픽 하이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곡. ‘얼터너티브’로 대중을 설득시킨 좋은 예 ▲'플라이' : 지상파 음악방송 1위, 멜론 차트 5주 1위 등의 기록과 동시에 힙합 신의 공기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은 사건과 같은 곡 ▲정당방위 : 가장 동시대적인 피처링 진의 이름들과 함께, 오랜만의 정규 앨범에서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했다.
③ '레슨(Lesson) 3(MC)' : 타블로가 쓴 좋은 가사 중 하나만을 꼽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랩 신에서 조금 더 보고 싶은 가사는 '레슨(Lesson)' 시리즈처럼 어쩌면 약간은 나이브하게 느껴질 지라도 이렇게 결기를 품은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이대화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
②▲'플라이' : 에픽하이를 당대 최고 자리에 올린 곡. 시대를 위로한 희망의 노래 ▲'러브 러브 러브' : 게스트 보컬과 멜로딕한 하모니를 이루는 에픽하이 작법의 대표곡. 특히 라디오에서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았다. ▲'본 헤이터' : 힙합 동료들과 함께 에픽하이의 귀환과 건재를 동시에 알린 컴백곡.
정병욱 대중음악 평론가
② ▲'본 헤이터(Feat. 빈지노, 버벌진트, B.I, MINO, BOBBY)'(2014) : 타블로, 미쓰라를 포함한 래퍼 6명과 멤버 투컷까지, 하나의 제목 아래 완성한 7명의 이야기. 서로 혹은 누군가 또는 세상을 향한 일곱 가지 공격과 7대 죄악을 상징하는 뮤직비디오의 셀프 디스까지. 모처럼 랩 퍼포먼스의 쾌감을 살린 구성과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노래 자체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흉(Feat. MYK, YDG, Dok2)'(2009) : 대외적으로 친근했던 이미지와 반대로 이들에게는 안티와 풍파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공격성과 독기를 절대 숨기지 않은 곡도 꽤 있었는데, '흉'은 특별히 살벌한 날것의 공격성과 에픽하이 고유의 여유, 위트가 동시에 최대치까지 끌어내어진 노래다. 유명세로는 대표곡이 될 수 없으나, 어두운 정서로 무장한 블랙 에피 하이를 대표할 수 있는 노래. ▲'아이 리멤버(I Remember)(Feat. Kensie)'(2003) : 동시대 다른 가요 랩처럼 코러스를 중요하게 썼지만 확연하게 랩이 돋보였고, 하이 톤과 로우 톤이라는 흔한 구성의 두 래퍼였으나 유려한 가사와 과장되지 않은 높은 전달력의 발성과 랩으로 확고한 차별성이 있었던, 긴 역사의 시작과 같은 노래다.
③▲'풍파(Feat. 한상원)' : "인생이란 버드나무 너는 지는 낙엽. 수천, 수만 가지 잎은 너의 경쟁자며, 실패란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낙엽이 된 가엾은 그대여 두발로 뛰어가렴" ▲'연애소설(Feat. 아이유)' : "우리 한때 자석 같았다는 건 한쪽만 등을 돌리면 멀어진다는 거였네" ▲'레슨 원(Lesson One((Tablo's Word)' : "Genius is not the answer to all questions. It's the question to all answers"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 "듣기 싫어 평온, 평화를 뺏은 놈들의 “rest in peace”. 박수 칠 때 떠나래. 떠나야 박수 치는 세상이 참 우스워.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샴페인(Champagne)' : "피아노를 만지작거리며 노래하는 하루를 보면 잊었던 아빠의 말투가 내 입에서 들리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
② ▲'플라이' ▲'스틸 라이프(Still life)' ▲'우산'
③ ▲'레슨 2(Sunset)' : "여전히 이 젊은이 위험한 꿈을 꿔 무법자 눈을 떠 화염병이 불 붙어 / 저 하늘에게 충성 심판의 칼을 차리 이땅의 법이 출석부라면 나 결석하리" ▲'알고보니' : "태평양보다 깊은 사랑 알고보니 얕더라 남자의 자존심 수표 한 장 보다 얇더라 / 그 숲을 알고보니 그 늪을 알고보니 도망치듯 스쳐가는 세월의 손을 잡고보니" ▲'낙화' : "어쩌면 이미 흩어진 꿈을 쥐고 날 속이면서 / 빈손이 가득 찬 착각에 세상을 놓치면서 살아왔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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