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美 국채 금리… 자금 조달 비상 걸린 카드·캐피탈사
여신전문채권 금리 5% 돌파 눈앞
은행채 자금 쏠리자 여전채 수요 줄어
저소득층 이용하는 카드론 금리도 상승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하면서 시중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카드·캐피탈사의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채권 시장 금리도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금융 당국이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 제한을 풀면서, 여전채는 수요 감소로 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 다시 뛰는 여전채 금리…5% 돌파 눈앞
2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여전채 무보증 AA+ 3년물 금리는 4.848%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4.681%를 기록한 후 5영업일 만에 0.15%포인트 넘게 오른 수치다.
여전채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업을 하는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 회사들은 은행 등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 등 주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여전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뛸 경우 카드사의 이자 비용 지급 부담이 커져, 순이익이 감소한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채권 시장이 흔들리면서 사상 최초로 6%를 돌파했다. 치솟던 여전채 금리는 이후 금융 당국이 신속히 진화에 나서면서 점차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올해 초 3%대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5월 이후 채권 시장 금리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여전채 금리도 다시 4%를 넘어섰고,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함께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 제한까지 풀리면서 5%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 美 국채 금리 5% 돌파…연준 ‘매파’ 기조 뚜렷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여전채 금리 역시 최소 올해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자넌 19일(현지시각)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001%를 기록,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5%선을 넘어섰다. 올해 초 미국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이 곧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동안 내림세를 보였지만, 연준이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다는 이유로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면서 다시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면서 “과열된 노동 시장의 완화 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경제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또 올릴 수 있다는 ‘매파’ 입장을 이어간 것이다.
◇ 카드사 실적 비상…카드론 금리 더 뛸 듯
올해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대부분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풀리면서 소비가 늘어 전체 매출액은 늘었지만,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순이익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카드사 8곳의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558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그러나 8개 사의 전체 순이익은 1조4168억원으로 13% 감소했다. 최근 여전채 금리가 5%에 근접할 정도로 뛰면서 하반기 순이익 감소 폭은 상반기에 비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카드사의 자금 조달 부담이 늘면서, 현재 15~17%대에 이르는 카드론의 금리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서민의 급전 대출 창구’ 중 하나로 꼽히는 카드론의 경우 최근 이용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카드론 금리가 뛸 경우 주 이용 고객인 고령자와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 한도 폐지와 채권 금리 인상이 비슷한 시기에 맞물리면서 여신금융사들이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됐다”면서 “차주(돈 빌리는 사람)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금융 당국이 외화 채권 발행 규제 등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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