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대형 SUV ‘올 뉴 파일럿’, 내부는 ‘요즘에 나온 차 맞나’ 싶은데…가속페달 밟아보니 ‘반전 매력’

이재덕 기자 2023. 10.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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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단 변속기, 고속에서 진가 발휘
코너링·진동·소음 등 만족할 수준
낮은 연비·높은 가격엔 ‘반감 매력’
혼다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올 뉴 파일럿’. 혼다 제공

혼다코리아가 지난 8월 국내 출시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올 뉴 파일럿’을 타봤다. 8년 만의 완전변경 모델로, 디자인에서 직선과 각을 살렸고 전면부 그릴이 강조됐다. 차체도 커지면서 보다 강한 인상을 준다. 8인승 가솔린 차량이다.

내부는 ‘요즘 나온 차량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범했다. 경쟁차들과 달리 파일럿은 계기판 따로, 9인치 디스플레이 따로 장착됐다. 열선·통풍 시트 온도 조절, 공조 장치 등의 물리적 버튼도 그대로 살렸다. 다만 변속 레버는 요즘 추세처럼 버튼식을 장착했는데 D(전진), P(주차), N(중립)은 누르는 방식으로, R(후진)은 뒤로 당기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올 뉴 파일럿은 주행 시 진가를 발휘하는 차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쭉 밟으니 분당회전수(RPM)가 높아지면서 엔진 소리도 중저음에서 고음으로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혼다의 밸브 가변식 ‘VTEC 자연흡기 엔진’이다.

낮은 RPM에서는 흡기 밸브를 조금 열어 연비를 챙기고 높은 RPM에서는 밸브를 많이 열어 출력을 높인 엔진이다. 올 뉴 파일럿에는 새로 개발된 ‘6기통 DOHC i-VTEC’ 엔진이 들어갔다. 밸브를 조절하는 샤프트(축)가 1개뿐인 SOHC 방식에서 2개인 DOHC로 변화했다. 일반적으로 DOHC는 SOHC 대비 흡기·배기 효율이 좋고 출력이 높아 고속 주행 성능이 우수하다.

자동변속기도 9단에서 10단으로 바뀌었다. 동급 크기의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8단 변속기를 사용한다. 변속기 단수가 많으면 고속 주행 시 연비에 유리해진다. 높은 건물에 오르더라도 8개짜리 계단(8단 변속기)을 올라가는 것보다 10개짜리 계단(10단 변속기)을 오르는 게 힘이 덜 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코너를 돌 때는 밀린다는 느낌 없이 중심을 잘 잡았다. 계기판을 통해 주행 시 바퀴에 동력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볼 수 있는데, 오른쪽으로 꺾어진 급커브를 돌자 왼쪽 뒷바퀴에 동력이 집중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시 사륜구동(AWD)으로 일상 주행 시에는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해 연료 효율을 높이고, 코너·눈길·빗길 등에서는 뒷바퀴에 동력을 보내 안정감을 준다.

풍절음 같은 소음도 잘 안 들리고, 요철·방지턱 등을 지날 땐 진동도 잘 잡았다. 안전하고 편안한 운전을 선호하는, 자녀가 있는 운전자들이 좋아할 만한 차량이다.

하지만 연비와 가격에서 매력이 깎인다. 연비는 복합 8.4㎞/ℓ(도심 7.4㎞/ℓ, 고속도로 10.0㎞/ℓ)로 낮은 편이다. 대형 하이브리드 SUV인 도요타 하이랜더의 연비(복합 13.8㎞/ℓ)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가격은 6940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팰리세이드 AWD 상위트림이 5000만원대 초중반, 하이랜더 하위트림이 6000만원대 중후반 수준인데 경쟁이 될까. 아무리 혼다의 최신 엔진·변속기 기술이 담긴 차량이라도 선뜻 지갑을 열기에는 부담스럽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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