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교수 “의대 증원 시작으로 비합리적 의료시스템 개선해야”

김성곤 2023. 10.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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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논란’ 관련 20일 이데일리 긴급 인터뷰②
"의사들의 파업 경고는 환자생명을 볼모로 한 협박"
병상 과잉공급 해소 및 비급여 진료 개선 필요
[이데일리 김성곤·이유림 기자]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삐걱대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불편한 민낯이다. 대도시에서는 응급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원이 없어서 거리를 떠돌다 사망한다.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경우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에서는 의사들이 부족해 10억의 고액 연봉을 내걸 정도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데일리는 지난 20일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와의 긴급 인터뷰를 통해 의대증원을 화두로 의료시스템 개혁 전반을 점검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의사 부족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 체계는 침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관련, “의대 증원을 시작으로 비합리적인 의료시스템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료수요 급증에도 의대증원이 난항을 겪은 건 의사들의 기득권이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대한민국 개원의 수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최고 수준으로 근로자 평균임금 7.6배에 이른다”며 “특히 의대 증원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의사들의 파업 경고는 환자생명을 볼모로 한 협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의대증원으로 필수의료 분야에서의 낙수효과가 없다는 주장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라고 비판한 뒤 “의대 증원 협의 과정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들의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덧붙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응급·중증·소아 등 의료시스템의 현 상황은.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다. 특히 비급여 수입이 늘면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개원의로 빠지는 인력이 많아졌다. 수련을 마친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에 남지 않고 바로 개원하면서 중환자 및 응급환자 진료 기능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현 의료체계의 대표적인 문제는.

△병상의 과잉공급과 의사수의 부족이다. 민간에 병상공급을 맡겨두니 대도시에는 큰병원이 충분하지만 의료 취약지인 소도시와 군지역에는 작은병원만 넘쳐난다. 의사수 부족으로 소도시와 군지역 의사들은 대도시로, 광역시 의사는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방에선 24시간 365일 환자를 봐야 하는 응급·중환자 진료체계가 무너진다. 아울러 의사들이 전공과 무관하게 진료영역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가정의학과 의사가 성형외과 간판을 걸고 진료하는 자유를 누리는 것은 수요에 맞춰 전문과목별 전문의를 배출하는 의료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일이다.

-의사 부족은 해묵은 과제인데.

△정부의 의지 부족도 있지만 근본적 원인은 의사들의 기득권이다. 2020년 파업사태가 대표적이다. 외국 의사들의 파업은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을 비우지 않는데 우리는 달랐다. 직업윤리를 저버린 것이다.

-근무강도에 비해 의사들의 처우가 낮지 않나.

△의사 수입은 평균적으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 제일 높다. OECD 평균보다 1.8배 높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인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다. 특히 개원의 소득 수준은 OECD의 경우 근로자 평균임금의 4.5배인데 우리나라 개원의는 7.6배이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미국 의사보다 한국 의사가 돈을 더 많이 번다. 다만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필수 진료과 의사들은 근무 강도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다. 이들에게 더 많이 보상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동네병원의 비급여가 통제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과 같은 악순환이다.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의 개혁을 강조해왔는데.

△비급여 진료가 너무 남용되고 있다. 동네 병원에서 실손보험 여부를 묻고 비급여 진료로 돈을 버는 게 관행처럼 됐다. 복지부는 의사와 병원의 눈치만 보지 말고 비급여를 관리하고 필요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의대 증원 갈등이 없었나.

△대부분 2000년대 초중반 의사 숫자를 늘렸고 최근에도 확 늘렸다. 임금이나 의사 수 문제로 파업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지속적으로 의사를 늘리지 못하게 반대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의사수를 늘렸어야 했는데 실기했고 그마저도 줄인 뒤에 2006년 이후 정원이 유지되고 있다.

-의사 수은 왜 늘려야 하나.

△최근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들이 동네 병의원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동네 의원 전문의 순수입은 의과대학 임상교수와 병원 근무 전문의 월급에 비해 1.7배 많다. 수도권 빅5에서 결원이 생기면 지방대 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채워야 한다. 도미노처럼 의사인력이 이동한다. 최근 2∽3년 사이에 이런 현상이 급격하게 심해졌다. OECD와의 격차를 더 늘리지 않는데만도 2500명이 필요하다. 의협에서 말하는 300명, 500명은 비현실적이다.

-의대증원에 따른 필수의료 낙수효과는 과장이라는데.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다. 해마다 전공과목 정원은 정해져 있다. 아무리 많은 의사들이 피부과, 성형외과를 하고 싶어도 1년에 뽑는 숫자는 142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모두 피부과, 성형외과를 할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지방의대 정원의 45%가 수도권 출신이다.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지역에서 일할 의사는 지역 출신을 많이 뽑으면 된다.

-의사협회와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의사는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면서 자율성이 높은 직업이다. 만일 의사들이 또 파업에 나선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더 많이 잃어버릴 것이고 의사들이 누리는 존경과 자율도 제한받을 것이다. 정부 역시 책임이 크다.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해왔다. 대표적인 비급여와 실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의료전달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

김성곤 (sk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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