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피플]맨시티-뮌헨 골망 흔든 기억 지동원, 강원전 골은 강력한 동기부여 "마지막 아니길"

이성필 기자 2023. 10. 23.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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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C서울 공격수 지동원. ⓒ한국프로축구연맹
▲ FC서울 공격수 지동원. ⓒ한국프로축구연맹
▲ 2년 2개월 전 광주FC전에서 골을 넣었던 지동원. ⓒ한국프로축구연맹
▲ 2년 2개월 전 광주FC전에서 골을 넣었던 지동원. ⓒ한국프로축구연맹
▲ 2년 2개월 전 광주FC전에서 골을 넣었던 지동원.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지참치' 지동원(FC서울)은 전남 드래곤즈를 누비다 2011년 여름 선덜랜드(잉글랜드)에 입단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맛을 봤다. 아우크스부르크(독일) 임대를 오가는 등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극장골을 넣으면서 선덜랜드 남성 팬으로부터 키스까지 받았던 지동원이다. 당시에는 비디오 판독(VAR)이 없어 사실상 오프사이드나 마찬가지였지만, 골로 인정받아 선덜랜드를 살렸다.

이후 아우크스부르크로 완전 이적해서는 강등권이었던 팀을 잔류시켰다. 잔류 전도사로 거듭났던 지동원이다. 다름슈타트, 마인츠, 브라운슈바이크를 거쳐 2021년 여름 서울을 통해 K리그로 복귀했다.

꽤 긴 시간 빅리그에서 뛰었던 지동원에 대한 서울의 기대는 컸지만, 잦은 부상이 문제였다. 서울에 왔던 그해 8월 광주FC와의 23라운드에 전반 9분 조영욱의 도움을 받아 결승골을 넣으며 1-0 승리를 이끌었던 지동원이다.

하지만, 부상이 잦아지면서 지동원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사이 서울의 성적도 하락했고 감독도 자주 교체되는 아픔이 있었다.

그래도 의지를 갖고 있었던 지동원이었다. 지난달 19일 27라운드 대구FC전부터 출전 기회를 얻으며 서서히 시간을 늘려갔고 31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는 선발로 나서 가장 오랜 72분을 소화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33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 골만 넣어 비기기라도 했다면 서울은 스플릿 파이널A(1~6위)로 갈 수 있었다. 공격진이 침묵하면서 0-2로 패했고 파이널B(7~12위)로 향했다.

▲ 지동원은 선덜랜드와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인상적인 골을 잘 넣었다.
▲ 지동원은 선덜랜드와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인상적인 골을 잘 넣었다.
▲ 지동원은 선덜랜드와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인상적인 골을 잘 넣었다.
▲ 지동원은 선덜랜드와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인상적인 골을 잘 넣었다.

이미 잔류 확정 승점을 벌었지만, 파이널A에 있었다면 다음 시즌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이라도 노려보는 것이 가능했다. B에서 서울이 할 수 있는 것은 잔류를 바라는 팀들의 스파링 파트너다. 치열하게 싸우는 팀들을 상대로 선수들의 부상 조심과 내년을 대비한 선수 점검 정도가 최선이었다.

공교롭게도 지동원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B 34라운드 강원FC전에서 1-1이던 후반 34분 박수일의 헤더가 이광연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나오자, 머리를 밀어 결승골로 연결했다.

파이널B로 떨어진 것에 대한 팬들의 성토 현수막이 붙은 상황에서 승리를 부른 지동원의 골은 큰 효과였다. 2년 2개월 만에 골을 넣은 지동원에게 팬들은 환호했다. 그 역시 "(팀에) 좋지 않은 시기지만,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다. 많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승리로 마무리해 기분이 좋다"라며 자신의 골이 냉랭한 팬심을 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골 넣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지동원이다. 그는 "(동료와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포기하지 않은 제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골이었다. 훈련에서 골 넣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 동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이 골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빈다"라며 웃었다.

유럽파 지동원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그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많은 기대를 받고 서울에 합류해 기대감이 컸지만, 2년 2개월 동안 부상을 계속 당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훈련장에서 경쟁에 져서 많이 나오지 못했고 실망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골이 될 것 같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선덜랜드에서 같이 뛰었던 경험이 있는 기성용으로부터 다치지만 않으면 충분하다 격려를 들었다는 지동원은 "평상시에도 축구에 대해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싶더라.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게 보강 훈련을 더 할까 생각한다. (김)진규 선생님은 제게 많은 신뢰, 동기 부여를 준다. 하루하루 운동장에 나가는 것이 즐겁다"라고 전했다.

김 대행은 지동원을 두고 "이번 경기에 투입하지 않으려고 했다. 부상이 있었다. 다만, 본인이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경기를 통해 후배들에게 열심히, 투쟁심을 보여줬다. 운동장 위에서 그런 모습을 발휘하는 것이 좋지 않았나 싶다. 골까지 넣었다. 오랜만에 골을 넣어서 축하해야지 싶다. 후배들이 많이 본받아야 할 것 같다"라며 극찬했다.

투쟁심은 곧 승리욕과 같다. 그는 골 장면을 떠올리며 "드디어 공이 제게 온다고 느꼈다. 득점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이뤄질 수 있다. 제 앞에 공이 떨어진 것이 그랬다. 일류첸코가 경기 후 그러더라. 골을 넣을 자격 있었다고 하더라. 그동안 포기하지 않았던 것에 고맙다고 말이다. 제 마음을 대변한 것 같다"라며 동료들의 깊은 마음에 감사함을 숨기지 않았다.

골을 넣으려면 과거를 계속 떠올려야 한다. 아우크스부르크 시절에는 바이에른 뮌헨에 두 골이나 넣은 기억도 있다. 그는 "(이번에 넣었던 골) 영상은 계속 봤다. 훈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기 쉽지 않더라. 중거리 슈팅을 했지만 경기 감각이 없어서 그런가 아쉬운 마음이 컸다. 잘하고 싶다.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들을 보면 저랑 다른 경기력이더라"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매년 재밌고 즐겁게, 성실하게 축구하는 것이 목표하는 지동원은 "운동장에 나서기 전 선수 대기실에 팬들의 메모가 붙어 있었다. 예전부터 팬이었다는 메모에 감사하더라. 파이널B로 떨어졌지만, 많은 팬의 응원은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라고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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