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도 전기차로 간다"…사우디 찾은 정의선의 중동 구상

이형진 기자 2023. 10. 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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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중심 경제 탈피·여성운전자 수요 커져…사우디서 반조립공장 협력
'전기차 허브 목표' 사우디 다리 삼아 중동 확대…'무관세' UAE도 기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수출용 자동차 운반선인 '글로비스 스카이호'에 탑승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005380)그룹 회장이 중동을 방문했다. 올해 이미 열차례 넘게 해외를 다니며 적극적인 현장 경영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전기차 퍼스트 무버로서 새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전세계적 탄소 절감 움직임에 따라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도 전기차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고, 사우디는 그동안 막혀있었던 여성 운전자가 늘어남에 따라 수요 확대 가능성도 높다. 위로는 일본, 아래로는 중국의 견제를 뚫고 현대차그룹이 중동에서도 전기차 퍼스트무버로 역할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과 함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정 회장은 22일(현지시간) 저녁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양국 경제인들과 함께 참석했다. 이밖에도 정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반조립생산(CKD) 생산 공장 협력과 수소 협력 등을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반제품조립(CKD)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서 정 회장과 만남 후 이어진 결과다.

전기차 슬로우스타터인 사우디는 아직 전기차 보조금 등은 지급하고 있지 않지만, 최근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 지급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차의 CKD 공장은 자국 생산으로 규정돼 보조금 혜택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또한 사우디는 석유중심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수소에너지 개발을 노력 중이다. 이미 2020년부터 사우디에 수소전기차 넥쏘를 수출하는 현대차와 수소 활용 부문에서 더 큰 협력이 가능하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캡쳐) 2022.11.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사우디는 중동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때 판매가 주춤했지만, 2018년부터 여성 운전이 가능해지면서 시장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30년 사우디 자동차 시장이 연간 80만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전체 시장 수요는 2030년 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우디 내 차량 판매 점유율은 일본의 도요타가 33%로 가장 높다. 여기에 니싼(6%), 마츠다(4%), 이스즈(4%) 등을 더하면 일본 차가 절반 수준이다. 현대차는 14%, 기아(000270)는 4% 수준으로 일본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고, 그 뒤로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에서 전기차 메이커로 위상을 공고히 하면 사우디 이외의 중동 지역 진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2030년까지 사우디를 연산 5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제조 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같은 지역의 거점 국가에 생산 시설이 지어지면, 주변국 딜러들의 방문도 쉬워지고 문화 차이로 인한 비관세 장벽도 낮아져 수출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우리나라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으면서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철폐했는데, UAE 시장은 사우디와 함께 현대차 중동 진출의 원투 펀치가 될 전망이다. UAE와 협정에는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품목도 포함됐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아서 디 리틀이 발표한 세계 전기차 시장 준비 지수에서 UAE는 8위를 기록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현재 현대차는 중동 지역에서 6종의 전기차를 판매 중으로, 2027년까지 라인업을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2032년에는 전체 판매 물량 중 전기차 비중을 15%까지 끌어 올리고, 픽업트럭, 소형 MPV(미니밴) 등의 차급도 확대한다. 기아는 4종의 전기차를 판매 중이다. 향후 11개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중동 고객 선호도를 고려한 전략형 볼륨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내연기관·전기차 모델을 합쳐 현대차는 2032년까지 35만대, 기아는 2030년까지 21만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중동은 성장 잠재력이 높고 각 나라마다 다양한 특성이 있는 만큼 시장별 차별화된 상품전략과 서비스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판매 및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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