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장에 45억 2천만원, BTS RM→삼성家 사랑한 화가 박수근(선녀들)[어제TV]
[뉴스엔 서유나 기자]
BTS RM, 삼성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이 사랑한 화백 박수근의 인생사가 공개됐다.
10월 22일 방송된 M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더 컬렉션'(이하 '선녀들') 7회에서는 박수근 화백 컬렉션 특집을 맞아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을 찾았다.
이날 역사 선생님 김준우와 만나게 될 인물은 한국의 밀레로 불리는 국민 화가 '박수근 화백'이었다. 김준우는 "아이들도 많이 아는 게 교과서에 (그림이) 실린다. (또) 아트테크라고 다들 아시지 않냐. 그것의 시작을 연 인물이 바로 박수근 화백"이라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아트테크'란 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다양한 예술 분야에 투자하는 재테크 방식을 이르는 말로 최근 MZ세대까지 매료시킨 제태크 방식이었다. 김준우는 "아트테크 열풍이 2006년, 2007년 올라왔다. 2007년 '빨래터'가 경매에 나왔는데 무려 45억 2천만 원에 낙찰됐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당시 경매가 정점을 찍은 후 8년간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고. 김준우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많은 박수근 화백의 작품들이 대부분 고가로 경매에 나오면서 아트테크는 박수근 화백의 그림이라는 게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하니는 "여기서 또 빼놓을 수 없는, 안목 있으신 한 분이 계신다"며 BTS RM을 언급했다. 하니는 "RM 씨가 뉴욕타임즈랑 한 인터뷰에서 작업실이 공개됐는데 박수근 선생님의 작품인 '나무와 세 여인'을 소장하고 계신 게 알려졌다. 또 박수근 선생님 전시회에 가서 '나무와 여인'이라는 작품을 찍어 소셜 계정에 올리셔서 10대 20대들에게도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박수근 화백을 사랑한 유명 인물로는 삼성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도 있었다. 이날 박수근 화백의 생가터에 위치한 '박수근 미술관'의 자작나무숲을 찾은 유병재는 이 숲에도 사연이 있다며 "박수근 화백의 그야말로 찐팬, 큰손 컬렉터 홍라희 여사가 '미술관 옆에 휴게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 사유지를 매입해 1억을 기부해서 자작나무를 심고 휴게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후 박수근 화백의 일생이 공개됐다. 보통학교에 들어간 7살 때부터 미술에 푹 빠진 박수근 화백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홍수 피해로 가세가 급격히 기우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은 박수근 화백은 계속 그림을 독학했고, 결국 그 당시 유일한 화가 등용문인 '조선미술전람회'에 18세에 첫 입선하게 됐다.
하지만 첫 입선 이후 연이어 낙선한 것도 모자라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시련이 찾아왔다. '방구석 미술관'의 저자인 조원재 작가는 "살림을 장남인 박수근이 다 도맡아 하게 된다. 그 과정 안에서 그림도 그리고 어머니도 보살피고 살림도 하느라 엄청 힘든 10대, 20대 시절을 살았다. (게다가) 기운 가세가 극복 안 되고 빚을 너무 많이 져 집도 헐값에 팔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단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런 시련 속에서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박수근 화백은 4년 만에 22살 나이에 두 번째 입선을 했다. 이후 공개된 박수근 화백의 대표작 '빨래터'. 미술관에는 그림 속 빨래터가 그래도 재현돼 있었다. 조원재 작가는 이때 "빨래터라는 공간이 박수근이 아끼고 즐겨 그린 주제기도 했지만 자기가 사랑한 평생의 배우자 김복순 여사님을 보게 된 장소기도 하다"며 없는 살림 속에서도 달달하게 사랑을 키워간 박수근 화백과 김복순 여사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해 뭉클함을 안겼다.
이날은 박수근 화백의 작품 '굴비'에 얽힌 재밌는 일화도 공개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화랑 '반도 화랑'에 그림을 팔며 가족을 부양하게 된 박수근은 그곳에 근무하던 한 직원을 '미스 박'이라고 불렀다. 미스 박과 친해진 박수근 화백은 "나중에 시집갈 때 꼭 그림 한 점 선물로 줄게"라고 약속했지만, 미스 박 결혼 전 세상을 떠났다.
박수근 화백의 약속은 아내인 김복순 여사가 지켰다. 미스 박이 결혼할 때 보자기에 남편의 그림 '굴비'를 싸 선물했다는 것. 이후 사정이 있던 미스 박은 브런치 한 끼 값인 2만 5천 원에 그림을 판매했지만 30여 년 후 죄송한 마음에 그림을 2억 5,000만 원에 되샀다. 그뒤 미스 박은 2002년 박수근미술관 개관 당시 원작 소장품이 하나도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굴비'를 쿨하게 기증했는데, 이 미스 박의 정체는 갤러리 현대의 박명자 회장이었다. 전현무는 "되산 게 너무 멋지다"며 감탄했다.
한편 화가로서 안정기를 찾은 듯했던 박수근 화백은 예상못한 낙선, 미술계 파벌, 도시개발계획으로 인한 집 철거, 부동산 사기 문제를 겪으며 술에 의존하게 됐고, 건강 이상이 생겼다. 결국 백내장 탓에 왼쪽 눈의 시력을 잃은 박수근 화백이 1965년 개인전을 앞두고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줬다.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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