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빨가면 사과, 사과는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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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이남 5㎞ 남짓,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로 둘러싸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로 과수원에 붉게 물든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온난화로 사과 재배지가 북상하며, 주요 사과 산지였던 대구와 경북에서는 사과 재배 면적이 줄고 있지만, 강원도는 30년 전 대비 3.5배 늘어났다.
국내 재배 과일 중 사과는 생산액 비중이 1위로 높지만, 70년 뒤에는 기후변화로 강원도에서만 생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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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이남 5㎞ 남짓,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로 둘러싸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로 과수원에 붉게 물든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지형이 마치 화채 그릇(Punch Bowl)처럼 생겼다’ 하여 펀치볼로 불렸던 이곳은 해발 400~500m의 고지대 분지로 한국전쟁 당시 대표적 격전지 중 하나였다. 지금도 중무장한 남북의 군인들이 총을 겨누고 있는 휴전선 아랫마을인 이곳이 전국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은 시래기 주생산지와 더불어 최근엔 사과 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온난화로 사과 재배지가 북상하며, 주요 사과 산지였던 대구와 경북에서는 사과 재배 면적이 줄고 있지만, 강원도는 30년 전 대비 3.5배 늘어났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과의 주요 생산지로 꼽히던 대구·경북지역 사과 재배 면적은 1993년 3만6021㏊에서 올해 2만151㏊로 30년 새 44% 줄었다. 같은 기간 강원도 사과 재배 면적은 483㏊에서 1679㏊로 늘었다.
특히 양구군 사과 재배 면적은 20년 새 4.4배 늘었다. 2002년 44.3㏊였던 사과 재배지는 2020년에 196.3㏊로, 생산량은 422톤에서 3165톤으로 8배가량 늘었다. 118개 농가가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펀치볼은 분지 지형으로 일교차와 연교차가 크고, 여름에도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이 많지 않아 사과 재배에 최적지이다. 최근 양구군은 저온저장고와 선별시스템 등을 지원하는 ‘북위 38도 사과 명품화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재배 과일 중 사과는 생산액 비중이 1위로 높지만, 70년 뒤에는 기후변화로 강원도에서만 생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냉해와 여름철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대구·경북지역의 사과 수확량이 크게 줄며, 사과 가격이 2배 이상 치솟는 현상이 보이기도 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의 징후가 일상 속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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