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작용 있어도” 긴 줄…‘다이어트 성지’ 또 수사 받는다

고병찬 2023. 10. 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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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겨레 취재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식약처가 '다이어트 약 성지'로 불리며 오픈런(입장 전 미리 줄서기) 행렬로 유명한 구로구 ㄹ의원에 대해 올해 1월에 이어 6월 경찰에 마약류 식욕억제제(펜디메트라진) 오남용 의심으로 재차 수사의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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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약 성지’ 구로구 의원
식약처, 1월 이어 6월에도 수사의뢰
경찰 “자료 분석 뒤 원장 소환 조사”
지난 4월27일 아침 7시40분께 40여명의 사람이 ‘다이어트 약 성지’로 유명한 서울 구로구 ㄹ의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전날부터 줄을 서면서 밤을 새우거나, 새벽 이른 시간에 와서 줄을 섰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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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이 있다는 말은 들었어요. 그런데 이 약이 제일 잘 들더라고요. ‘살이 찌면 어떡하냐’는 강박에 끊을 수가 없어요.”

지난 19일 오전 10시40분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 비만 클리닉에서 나온 20대 초반 대학생 ㄱ씨는 이렇게 말했다. 165㎝가량 키에 체중 55㎏이라는 ㄱ씨는 “살이 찔까 봐 숟가락을 들었다 놓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체중이 불면 눈물을 쏟기도 한다”며 “부작용이 있더라도 2년 전부터 용인에서 와 이른 아침 기다리며 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4월 의료용 마약류와 항우울제 등 과도한 처방으로 ‘정신적·신체적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한겨레 보도 이후에도, 해당 비만 클리닉은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여전히 붐볐다.

22일 한겨레 취재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식약처가 ‘다이어트 약 성지’로 불리며 오픈런(입장 전 미리 줄서기) 행렬로 유명한 구로구 ㄹ의원에 대해 올해 1월에 이어 6월 경찰에 마약류 식욕억제제(펜디메트라진) 오남용 의심으로 재차 수사의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올해 5월 식욕억제제 오픈런 및 부작용 우려 등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와 재차 관련 의료기관을 점검해 수사의뢰 했다”고 했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 4~5월 해당 의원의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의심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9일 수년째 ‘다이어트 약 성지’로 불리며 ‘입장 전 미리 줄서기’(오픈런) 행렬로 장사진이 이어지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ㄹ의원. 이날도 의원 안에는 많은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병찬 기자

식약처의 수사의뢰를 받은 구로경찰서는 ㄹ의원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다. 경찰은 최근 식약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해당 의원의 의약품 처방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료 분석이 완료되면 의원 원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올해 1~8월 전국 병·의원 29곳, 환자 22명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아 관련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29곳 중 10곳이 식욕억제제 오·남용 의심 건이다. 식약처는 ㄹ의원을 포함한 5곳을 올해에만 두차례 수사 의뢰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오·남용해 처방하는 의원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최장 징역 5년 또는 최대 5000만원 벌금을 부과받는다.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ㄹ의원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처방한 의료용 마약류 내역.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ㄹ의원의 의료용 마약류 처방량은 지난 5년간 매해 증가해왔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이 의원은 지난해 1만2291명에게 디아제팜 3만987개를 처방했다. 2019년 기준 환자 수(3520명)와 처방량(8532개)과 견주면 각각 약 250%, 26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디아제팜은 불안장애 개선제로 약물 의존성과 오남용 위험 때문에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의료용 마약류다. 암페프라몬·펜디메트라진·펜터민 등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도 꾸준히 처방인원과 양이 늘어났다.

김이항 약사(경기마약퇴치운동본부)는 “이 의원이 처방한 약들은 다른 약과 함께 사용하면 안 되는 단독요법제들로, 함께 복용할 경우 정신적·신체적 의존증 등의 피해가 올 수 있다”며 “특히 암페프라몬 같은 경우 지난해 유럽의약품감독국 산하 안전성관리위원회에서 허가를 취하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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