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할 곳 몰라 못한다”… 인력 활동률 고작 10% [봉사 사라진 세상]
주요원인은 홍보 부족… 제도적 지원체계 필요
경기도내 자원봉사 활동률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봉사활동을 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기지역에서 운영되는 32곳의 자원봉사자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수는 397만여 명이다.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봉사활동을 한 인원은 40만명으로 활동률은 10.2%에 불과하다. 전국 17개 시·도를 기준으로 보면 세종이 19.5%로 가장 높고, 경기가 가장 낮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2018년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2018년에 비해 자원봉사자 등록률은 늘어난 반면 활동률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2018년 등록률이 25.5%인 것과 비교해 지난해 등록률은 29.2%까지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활동률은 32.7%에서 10.2%로 무려 22.5%포인트가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봉사 활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데 있다.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고 봉사자로 등록한 이들조차 실제 봉사 활동에 나서는 것을 외면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일반 시민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원봉사에 대한 홍보 활성화를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기도민이 인식하는 자원봉사활동의 주요 저해 요인 1위가 ‘자원봉사활동 홍보 부족’(21.6%)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 다양성 부족’(21.5%)이 뒤를 이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지역사회 내 자원봉사센터가 지역 중심의 커뮤니티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선 자원봉사임팩트연구소 소장은 “자원봉사센터의 역할이 봉사활동을 안내하고 신청을 받는 일방향 방식이 아닌 서로 주체가 돼서 활동할 수 있는 쌍방향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언제, 어디서나 쉽게 봉사를 접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팀원을 모집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역할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 등을 통해 홍보캠페인을 지속하고 있으며, 자원봉사 단체 결성을 도와주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 자원봉사활동 홍보TF를 구성해 지역 내에서 체감할 수 있는 홍보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봉사활동의 의미를 찾아서...'봉사' 되살리기
■ 윤기분 경기도우수자원봉사자
누적 봉사 시간이 2만1천584시간에 달하는 경기도 우수자원봉사자 윤기분씨는 봉사를 ‘당연한 일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고 밥을 먹는 것처럼 봉사도 삶의 일부분”이라며 “봉사는 누군가가 꼭 해야 하는 일이며 봉사가 없다면 사회는 더욱 삭막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의 봉사로 책임감을 배웠다는 윤씨는 그곳에서 봉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우리에겐 일상인 밥을 먹는 일도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는 숟가락을 들어줄 봉사자 덕에 가능한 일이었고,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것도 봉사자 여러 명이 힘을 모아 침대에 눕혀줘야 가능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윤씨는 우리의 작은 봉사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유지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확신했다.
최근 자원봉사자가 줄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는 윤씨는 봉사자들을 이끌어 낼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부나 은퇴자 등이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봉사단을 만들어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양미 월곶보건진료소 마을건강원 공동체단장
월곶보건진료소 마을건강원은 10여 년 넘게 마을의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미용 봉사, 생일 잔치 등 여러 활동을 하며 올해 경기도 우수마을공동체로 선정된 곳이다. 마을공동체를 이끌어가고 있는 정양미 공동체단장은 봉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 단 한 단어로 답을 뱉었다.
‘재미’. 그는 “아무리 좋은 마음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시작해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며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단원들이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봉사하는 시간이 기다려질 만큼의 재미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재미를 위해 찾은 방법은 마을건강원을 사랑방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단원들은 미용 봉사 이후 각자 가져온 먹거리를 나눠 먹으며 어르신들과 친밀감을 쌓고, 달마다 여는 어르신 생일 잔치를 통해 가족 같은 정을 나누며 즐거움을 느꼈다.
정 단장은 난타와 풍물놀이 등의 동아리 활동도 봉사활동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악기를 함께 배우며 회원들과 돈독해지고 결속력도 다지고 있다”며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있어 온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봉사에 함께 참여하고 있어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큰 원동력이 된다”고 전했다.
■ 김승용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 회장‧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사회 복지 전문가인 김승용 교수는 봉사가 사라진 원인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과거엔 나의 이웃이 누구인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 나 이외에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개인이 우선 시 되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다 보니 누군가를 위하는 봉사 역시 없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개인의 생활을 중요시하는 마음이 커진 것이 봉사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봉사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교육과 행사 등으로 봉사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봉사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자원봉사자의 날’ 등을 활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행사와 캠페인 등으로 봉사에 흥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심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구혜영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자원봉사 자문위원장(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구혜영 자문위원장은 자원봉사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으려면 ‘나눔 문화’를 우리 속에 뿌리내리게 하고, 이를 통해 자원봉사 역시 하나의 문화로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자문위원장은 “타인을 위해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나누는 행동이 당연해지도록 ‘나눔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자원봉사 문화도 자연스럽게 확산할 것”이라며 “학교 교과목에 사회봉사 과목을 신설해 어릴 때부터 나눔을 실천하는 행동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자원봉사 문화를 위해 자원봉사활동의 주체가 자원봉사센터나 자원봉사 관리자가 아닌 자원봉사자가 돼야 한다”며 “시민이 중심이 되는 자발적인 지역복지공동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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