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불황에 愛너지 ‘뚝’… 온기 잃은 경기도 [봉사 사라진 세상]
‘묻지마’ 범죄마저 곳곳서 발생...‘상부상조’ 문화 갈수록 실종
방학 때면 자의든 타의든 삼삼오오 친구들과 짝을 짓고 복지관으로, 노인정으로 봉사를 가 나눔의 감정을 키우던 때가 있었다. 주변 이웃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꺼이 곳간을 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봉사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일이 됐다. 누군가를 돕는 일이 해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이 자리 잡던 시기에 찾아온 코로나19는 사회 구성원 간의 단절을 부추기며 정서적 교감이 사라지게 했다. 그렇게 단절돼 버린 봉사의 부재를 타고 원인 모를 분노로 인한 이상동기 범죄마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봉사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사라진 봉사활동을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주
봉사가 사라졌다. 삼한시대 ‘상부상조’에서 출발해 국민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고유의 문화로 자리했던 봉사는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과거 얘기가 됐다.
‘봉사의 소멸’에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코로나19가 한 몫을 했다. 3년 간 이어진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관계를 단절시켰다. 전염병의 확산과 감염의 위험성을 이유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았고, 타인과의 만남을 줄이고 소통을 끊는 것이 정답으로 여겨졌다.
그러는 사이 봉사의 발길도 급속도로 끊기기 시작했다. 단체들은 ‘비대면’을 이유로 봉사활동을 줄였다. 성금 전달 등의 방식으로 공백을 채워가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이마저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연말이면 당연하게 여기며 전 직원이 나서 어려운 곳에 전하던 손길을 하나둘 끊어냈다. 그렇게 점차 봉사는 사라졌고, 엔데믹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단절의 틈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학 입학제도가 달라지면서 청소년들의 봉사활동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2019년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초중고 봉사 활동 권장 시간의 폐지 및 대입 미반영이라는 대책을 내놨다. 더 이상 교육과정 속에서, 타의로라도 봉사활동을 접할 일이 사라진 셈이다. 이대로라면, 단 한 번도 봉사를 접해 본 적 없는 청소년들이 성장해 사회를 구성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다.
지난 2010년부터 경기지역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며 NGO레인보우 단체를 이끌어 온 김선영 이사장(51)은 이 같은 상황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을 때만 해도 지원자가 한 활동 당 100명 넘게 몰렸고, 연령층도 성인부터 청소년, 청년 등 다양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1년에 1~2명이 겨우 참여하는 것이 전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이젠 봉사자가 없어 직접 학교와 기업 등에 찾아가 봉사를 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봉사로 인한 사회적 연결은 사라지고,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반감이 커지면서 이상동기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봉사 활동은 올바른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라는 청소년들에겐 꼭 필요한 교육의 일부분”이라며 “봉사가 사라졌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것을 부족한 이들에게 베풀고 나누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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