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고추산업 고사 위기…국가적 관심 필요하다

관리자 2023. 10.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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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세기에 전래해 수세기 만에 국민 향신료가 된 작물이 고추다.

우리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긴한 식재료인 만큼 생산에도 손이 많이 가, 모종을 낼 때부터 일일이 홍고추를 따서 말리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고춧가루 관세(270%)의 10분의 1에 불과한 냉동고추는 연간 수입량이 20만t이 넘는다.

근래 들어서는 수입 형태가 다변화해 고추양념(다대기) 형태로도 연간 10만t 넘게 들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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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세기에 전래해 수세기 만에 국민 향신료가 된 작물이 고추다. 우리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긴한 식재료인 만큼 생산에도 손이 많이 가, 모종을 낼 때부터 일일이 홍고추를 따서 말리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병해충도 많이 끓어 조금만 방제를 소홀히 하면 그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다. 채소류 중 유일하게 농작물재해보험에서 각종 병충해를 보장해줄 정도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게 건고추이고 고춧가루다.

이 건고추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고추는 농작업 노동 강도가 센 대표적인 작물이다. 10a당 노동력 투입 시간이 벼는 9.2시간인 데 비해 고추는 142시간이나 된다. 특히나 고추 따기는 무더운 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이뤄진다. 이 힘든 일을 그동안 농촌 여성인력에 의존해왔는데, 그분들이 일을 못할 정도로 연로해진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최대 15만㏊에 이르렀던 고추 재배면적은 2000년 7만4000㏊, 2014년 3만6000㏊ 등으로 급격히 줄더니 2017년에는 2만㏊대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1990년대 후반 20만t이 넘었던 국내 건고추 생산량도 지난해 6만8000여t으로 떨어졌다.

고춧가루 수요는 여전한데도 고추 생산이 크게 준 데는 작물 고유의 노동 강도, 인력 부족과 더불어 값싼 중국산의 대량 유입도 한몫했다. 고춧가루 관세(270%)의 10분의 1에 불과한 냉동고추는 연간 수입량이 20만t이 넘는다. 근래 들어서는 수입 형태가 다변화해 고추양념(다대기) 형태로도 연간 10만t 넘게 들여온다.

고춧가루 없이는 김치를 못 담근다. 냉동고추·다대기 형태로 들어오는 중국산은 위생과 안전성 면에서 신뢰가 떨어진다. 국산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지만 이제는 농사지을 인력이 없다. 국내 건고추산업의 미래에 대해 농업계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생력화, 특히 수확기 개발을 통해 노동력 투입을 줄이고 유통구조 개선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등 전반적으로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때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 건고추산업이 고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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