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스타 놓치면 잘려” 전담팀까지 만든 루이비통
연매출 28조원 명품 업체 루이비통은 최근 K팝 아이돌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캐스팅하고 관리하기 위한 전담 부서인 ‘셀럽 팀’을 새로 만들었다. 이 조직을 한국 지사가 아닌 글로벌 조직 내에 두기로 결정했다. 이 팀은 한국 K팝 아이돌을 섭외하고, 계약도 글로벌 본사가 직접 스타들과 한다. 명품 업체 입장에선 본사 역량을 동원해 K팝 아이돌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K팝의 인기가 전 세계를 흔들면서, 세계적 명품 기업과 글로벌 업체들이 ‘K팝 아이돌 스타’를 광고 모델로 모시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샤넬·구찌·디올·버버리 같은 명품 업체뿐 아니라 애플·코카콜라·맥도널드 같은 글로벌 업체들도 뛰어들어 이들을 홍보 모델로 데려가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들을 모델로 쓰면 매출이 2~3배씩 오르고, 광고 모델이 됐다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의 홍보 효과만도 약 30억원이라는 평가도 나오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K팝 아이돌을 전담하는 별도 팀을 꾸릴 뿐 아니라, 계약을 성사하지 못한 직원은 강등되거나 해고되기도 한다.
◇”BTS·뉴진스 계약 따내야 산다”
#1.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인 LVMH그룹에 속해 있는 L사에서 PR(홍보)을 담당하던 A씨는 사표를 냈다. 아이돌 그룹 BTS와의 글로벌 앰배서더(홍보대사) 재계약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A씨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로 이직했지만, 한국 아이돌 그룹과의 계약 스트레스는 끝나지 않았다. 구찌는 현재 걸그룹 뉴진스 멤버인 하니와 엠배서더 계약 중이지만, A씨에게 다른 K팝 스타와 계약을 해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2. 글로벌 스포츠 의류 업체 B사의 마케팅 매니저는 지난달 퇴사했다.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뉴진스와의 광고 계약을 따내야 한다는 본사 압박에 1년 넘게 시달렸다. 그는 “BTS와 계약을 성사하면 본사 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게 요즘 업계 분위기”라고 말했다.
글로벌 업체들의 계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K팝 아이돌의 몸값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추세다. BTS는 최근 글로벌 명품 업체와 계약할 경우 20억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핑크의 광고 계약금도 15억~2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최근엔 아이브, 르세라핌, 스트레이키즈처럼 비교적 최근 등장한 아이돌 그룹의 몸값도 덩달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이 나오면 일단 멤버 모두와 계약해 다른 업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입도선매’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프랑스 패션 업체 디올은 지난 8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5인조 아이돌 그룹 멤버 전원과 계약했다. 루이비통은 이달 5인조 걸그룹 ‘르세라핌’ 전원과 앰배서더(홍보대사) 계약을 했다.
◇”K팝이 바꾸는 매출”
글로벌 업체들이 K팝 아이돌과의 광고 계약에 사활(死活)을 거는 이유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K팝 팬들의 소비 파워가 기업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K팝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데려오면 브랜드·기업의 매출과 인지도(Awareness) 자체가 달라진다고 한다.
글로벌 명품 업체들은 숫자를 정확히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명품 업계 관계자는 “같은 신상품도 K팝 스타가 착용하면, 해당 제품의 글로벌 매출이 순식간에 200~300%씩 뛰어오르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미국 의류 업체 캘빈클라인은 지난 3월 BTS 정국을 글로벌 모델로 발탁하자마자 그가 화보에서 입은 화이트 컬러 크루넥 반팔 티셔츠가 북미에서 이틀 만에 품절됐다. 블랙핑크 제니가 2021년 캘빈클라인 모델이 됐다는 소식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알렸을 때, 미국 마케팅 조사 업체 론치매트릭스는 이 게시물의 광고 효과를 200만달러(약 28억원)로 평가하기도 했다.
2021년 블랭핑크 지수, 2022년 뉴진스 해린을 모델로 앞세운 디올 코리아의 매출은 2020년 3280억원에서 작년엔 9300억원을 기록해 약 3배로 늘었다. 국내 1위 온라인 의류 이커머스 업체 무신사는 지난 2월 뉴진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여성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이 바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인지도도 달라진다. 마케팅 기업 어센트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걸그룹 ‘뉴진스’ 관련 키워드로 검색된 건수만 1억건이 넘었다. 뉴진스 멤버 해린이 디올의 엠배서더가 되기 직전엔 ‘디올’ 관련 국내 포털 검색량이 한 달 2000건에 불과했지만, 그 직후엔 3만여 건으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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