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입주권 노린 ‘상가 지분 쪼개기’ 2년새 6배로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이른바 ‘상가 지분 쪼개기’ 투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상가 쪼개기는 재건축 아파트 조합이 설립되기 전 입주권을 노리고 단지 내 상가의 지분을 나누는 것이다. 한 채당 한 명만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아파트와 달리 소수 지분으로도 조합원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법적 허점을 노린 투기 수요가 유입되면서 기존 아파트 소유주들과 마찰을 빚는 것이다.
22일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비 구역 지정 등 재건축 단계인 전국 아파트 단지 32곳 중 지분 분할이 이뤄진 상가 수는 2020년 12개에서 지난해 77개로 약 6배로 늘었다. 올해도 9월까지 상가 50곳의 지분이 분할됐다. 상가 소유주 수는 2020년 173명에서 올해 9월 말 557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기대 이익이 큰 강남권 아파트 단지들의 상가 쪼개기가 심각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의 경우 2020년 41명에서 올해 9월 3배 가량인 118명으로 늘었고, 강남구 개포우성3차(13명→74명), 개포현대1차(21명→49명),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7명→31명)도 상가 조합원 수가 크게 늘었다.
‘상가 쪼개기’를 하는 건 1평(3.3㎡)도 안 되는 지분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신축 아파트를 취득할 권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아파트 상가는 원칙적으로 재건축 후에도 상가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조합이 허용하면 상가 소유주도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지분 쪼개기로 입주권을 갖는 상가 소유주가 늘어나면 그만큼 일반 분양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파트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난다. 지분 쪼개기로 수익성이 나빠지면 재건축 사업 자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정부도 상가 지분 쪼개기 때문에 재건축이 밀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지난달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재개발에서 분양권을 노리고 다가구주택 소유권을 쪼개는 것을 막기 위한 ‘권리 산정 기준일’ 규정을 아파트 재건축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정비 구역 지정일(또는 지자체가 정한 날짜) 이후 상가 소유권을 분할하면 입주권을 주지 않는 제도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권리 산정일 도입으로 향후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상가 쪼개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소급 적용은 어렵기 때문에 이미 지분 쪼개기가 벌어진 단지들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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