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부산 문화, 다시 출발선에
문화정책·BIFF 등 주요 현장,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가
지난 6월부터 세간에 알려진 이른바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눈여겨보았다. 추이를 살피며 주위에 의견을 묻기도 했는데, 유튜브를 중심으로 온라인 세상을 달군 이 사안에 관해 잘 모르는 분도 많아 관심사에 관한 온도 차를 느끼기는 했다. 하지만 대체로, 국회에서도 논의된 이 사태가 중소연예기획사의 도전 의지를 꺾는 왜곡된 구조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중소연예기획사가 어려운 여건에서 공들여 육성한 대중예술가를 외부 세력이 부당하게 빼가는 행위(이를 탬퍼링이라 한다)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탬퍼링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K-팝 성장세가 일시에 꺾일 수 있다고 연예업계는 걱정했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 4명 중 키나가 지난 16일 홀로 소속사 어트랙트로 복귀해 탬퍼링의 실체와 시도에 관해 증언하면서 사태는 급반전을 맞이했다.
새롭게 출발할 계기가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움트는 모습을 보면서, 시선을 부산 문화예술계 현장으로 돌려보았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0월 초순 끝나면, 부산 문화예술계는 뭔가 큰 게 비로소 지나간 느낌이 생긴다. 동시에 10월부터 연말까지 부산에서 예술계 전반이 크게 출렁인다. 연말과 하반기로 맞춰 놓은 행사와 작업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요컨대 1년 농사를 마무리하면서도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시기다.
먼저, BIFF부터 짚어보자. 지난 4일 시작해 13일 끝난 제28회 BIFF 행사는 주최 측이 대체로 잘 치러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올해 BIFF 행사를 앞두고, 지난 5월 이른바 ‘BIFF 사태’가 터져 두 달간 이어졌다. 인사와 조직 개편 시도에 따른 반발과 잡음이 튀어나왔고, 잇따라 그간 BIFF 조직에 누적된 여러 문제에 관한 지적이 이어졌다. 그 여파로 올해 BIFF는 두 수장인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없이 치러야 했다. 불안은 당연했다.
이런 악조건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려면, 올해 제28회 BIFF를 잘 치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기 어렵게 되고 지금까지 쌓아 온 긍정 요소까지 쓸려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무난하게 행사를 마친 지금부터 더욱 중요하다. 현재 BIFF 혁신위가 올 연말까지 시간으로 잡고, 가동되고 있다.
BIFF 자체의 혁신과 비전 창출, 그에 따른 과제와 일정 도출을 통해 참신한 BIFF의 상을 만들고 새롭고 활기차게 실천하는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그런 큰 그림에 맞게 사람이나 직위를 고민해야지 그 반대로 인물이나 자리 문제로 퇴보해서는 안 될 것이다. BIFF의 본질을 잘 알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전문 그룹을 존중하면서, 지역사회가 지원하고 함께하는 형태를 바람직한 상으로 그려본다. 중대한 시기가 지금부터 펼쳐진다.
올해 부산시가 보여준 문화정책의 방향 또한 되짚어 보자. 그 행보에는 긍정할 만한 요소가 꽤 있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운영의 큰그림·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뚝심을 갖고 시도한 ‘시즌단원제’가 우선 그러하다. 시즌단원제는 2026년 개관할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 운영을 위한 핵심 방식 가운데 하나다. 시 차원에서 상설 예술단을 만드는 접근이 아니라, 해마다 오디션을 통해 합창단원·오케스트라단원·솔리스트를 뽑고 이들에게 훈련과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부산시 형편으로 상설·고정 예술단을 두는 데는 부담이 있다. 그 대신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유연한 형태를 취하되, 시즌단원들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이 시즌단원제의 핵심이다. 왜 단점이 없겠느냐만, 이를 잘 다듬고 활용하면 극장과 단원이 함께 성장할 계기를 부산이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발레·무용 등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부산시 문화 당국은 처음 가 보는 길을 택했고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국제아트센터(최근 ‘부산콘서트홀’로 명칭이 정해짐) 초대 예술감독으로 거장 정명훈 지휘자를 지난 7월 위촉하는 등 진전을 보였다.
지난 13~16일 제1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이 열렸다. 이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부산시가 주도해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시도한 점이다. 기획·실무·실행을 맡은 부산문화재단·부산문화회관이 임무를 충실히 해나가면 공연 문화 발전의 성과는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진행해 온 것과 조금 다른 방향에서 문화정책 당국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을 해보겠다고 나선 결과가 BPAM이고, 유통이라는 영역인 셈이다. 물론 BPAM의 결과에 관해서는 더 들여다보고 따질 필요가 있지만, 새로운 도전인 점에서 눈길이 간다.
부산은 문화예술 예산이 제한돼 있고, 사람과 자원이 자꾸 빠져나가는 등 부산시 문화당국이 해결할 과제는 여전히 가득 쌓여 있다. 이런 점 또한 잊어선 안 된다.
조봉권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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