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는 수소 전쟁 중… 신성장동력, 수소 경제 적극 지원을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팬데믹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청정 에너지에 대한 투자 규모가 2022년부터 화석연료 투자 규모를 역전했고 갈수록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 EU, 중국 모두 에너지 산업 자국 산업화를 위하여 WTO를 무시하며 자국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중심인 중동도 예외는 아니어서 COP28(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주최국인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오일 메이저인 셸도 적극적인 CCS(Carbon Capture Storage,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와 수소 개발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수소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먼저 절박하게 에너지 전환을 위해 뛰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포스코, SK 등의 공통점은 청정에너지인 ‘수소’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1960년대 이후 반세기 넘게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로 탈(脫)탄소가 되면 생존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투자에 나선 것이 화석연료와 밸류체인이 가장 유사한 ‘수소 영역’인 것이다.
우리는 천연가스를 액화 형태로 4600만톤 정도를 수입하는 글로벌 4대 수입국이다. LNG 전반에 대한 밸류체인을 모두 구축하고 있으며 다양한 전후방 산업을 가진 나라이다. 수소와 LNG는 밸류체인이 매우 유사해 수소경제를 일으키기 좋은 조건이다.
수소발전은 재생에너지처럼 간헐적이지 않아 무탄소 전원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수소차를 통한 친환경 수송수단으로도 이용 가능하며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그린 철강생산에도 활용 가능하다.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기 좋은 기술적 조건을 갖춘 나라인 데다 다양한 기업들이 이러한 전후방 연계 기술을 보유하거나 활용하고 있다. 생산 및 저장·운송, 활용에 이르기까지 수소밸류체인 전반을 구축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양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대규모 투자이다. 전반적인 밸류체인에서 블루수소, 그린수소 생산 및 수소액화저장기술,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수소운반선, 수소운반트럭 등을 우리 기술로 개발함으로써 고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고 조선, 자동차, 철강, 화학 산업까지 재도약할 수 있는 수소 메이저 기업을 탄생시켜야 한다.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을 이끌어 나갈 1등 국내 수소 기업들이 지구적 차원의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국내 경제의 새로운 미래 경제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 지원과 금융적 지원이 절실하다.
선진국들은 이미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하여 약 4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생산세액공제와 투자세액공제 형태로 지원해 마이크로그리드, 전기자동차, 무탄소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수소 1kg당 최대 3달러의 생산지원금을 통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소를 수출하고 수소경제를 통해 친환경산업의 주도권을 가져가려 하고 있다. EU도 에너지산업 자국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기업들이 수소생태계 구축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시의적절한 지원과 제도 마련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다른 나라들은 기업의 크기에 차별을 두지 않고 산업전쟁의 일환으로 절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이라도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전통 대기업들의 탈탄소화를 국익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새로운 대규모 투자와 산업 육성을 통해 전통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더 큰 고용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