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산으로 가는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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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대학 입시제도 개선을 위해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꾸려졌다.
교육 전문가와 일반 국민이 수능의 입시 반영 방식과 비중,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 등을 숙의로 결정하자는 취지였다.
연금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 최종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사안의 폭발성이 강할수록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 곧잘 떠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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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대학 입시제도 개선을 위해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꾸려졌다. 교육 전문가와 일반 국민이 수능의 입시 반영 방식과 비중,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 등을 숙의로 결정하자는 취지였다. 매번 조변석개하는 제도 때문에 혼란을 겪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주목했다. 그러나 3개월 뒤 김영란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허무했다. “총 4가지 개편안 가운데 1번 안(수능 확대)이 가장 많은 찬성을 받았으나, 2번(수능 절대 평가화)과 차이가 유의미 하지 않고, 3번(대학 자율)도 의미가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위원회를 없애라고 했더니 위원회를 없애는 위원회를 다시 만들더라’는 말은 절대 농담이 아니다. 요즘은 ‘사용후핵연료’라는 용어로 순화된 ‘핵폐기장’ 건설 관련 위원회가 딱 그랬다. 수명을 다한 고리 1호기는 물론이고 전국 25개 원자로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저장하기 위한 시설 입지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자,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위원회가 2년여 활동 끝에 내놓은 결론은 두 가지다. ‘중간시설과 영구시설을 한 곳에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특별법을 제정하고 독립적인 위원회를 설치하라’. 우리는 이런 걸 코미디라고 부른다.
연금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 최종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얼마를 내고(보험료), 언제부터(연금개시일), 얼마를 받을지(소득대체율)를 조합한 결과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무려 24가지나 된다. 원래 지난달 공개된 중간보고서 상으론 18가지였다. 그런데 재정 안정화를 중시한 나머지 ‘더 받는 안’이 없다는 비판이 일었다. 최종보고서에는 소득대체율을 높인 시나리오 6개를 추가했고, 그 바람에 안 그래도 많은 경우의 수가 더 늘어났다.
정부는 사안의 폭발성이 강할수록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 곧잘 떠넘긴다. 잘 되면 좋고 안 돼도 책임 전가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방관자 입장에선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한다. 그러나 막상 결정 주체가 되면 관료와 별반 차이 없는 행태를 보이기 일쑤다. 개혁이 미뤄진 국민연금은 고갈시점이 2055년으로 당겨졌다. 덜 내고 덜 받느냐, 더 내고 더 받느냐 선택의 문제다. 수학이 아니라 산수다. 그걸 손대지 못해 16년째 공전이다. 위원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위원회를 또 만들어야 하나?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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