샅바 잡은 미군들 “몸 맞대고 씨름하니 전우애 길러져”

칠곡/고유찬 기자 2023. 10.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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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70년, 번영을 위한 동행] ‘주한미군 장사 씨름 대회’ 맹연습
2023년 10월 12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캐럴 미군기지 내 체육관에서 두 미군 장병이 이태현(오른쪽) 용인대 교수의 지도아래 샅바를 잡고 씨름 연습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오는 12월 경북 구미에서 개최되는 ‘주한미군 장사씨름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김동환 기자

지난 12일 아침 6시 30분 경북 칠곡의 주한미군 기지 캠프 캐럴. 청색·홍색 샅바를 든 미군 장병 40여 명이 기지 내 체육관에 모여 점호를 진행했다. 이들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12월 경북 구미에서 개최되는 ‘주한미군 장사 씨름 대회’ 출전 장병들이다. 지난 9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새벽 씨름을 배우고 있다.

장병들은 이날 둘씩 짝을 이뤄 샅바를 맸다. 3m가량인 샅바를 길게 편 다음 접어가며 고리를 만들고 서로의 허벅지에 끼우고 몸에 맞게 조정하는 식이다. 샅바에는 한·미 우호를 상징하는 의미로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새겨져 있었고, 한글로 미군 장병들 이름이 적혔다. 캐머런 쇼(30) 병장은 “한글로 이름이 새겨진 샅바를 받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름을 한글로 써보려고 연습하고 있는데 아직 어렵다”고 했다.

연습에 참가한 장병들은 대부분 한국의 매력에 빠져 씨름까지 도전했다고 했다. 키아샤 윅스(20) 일병은 “샅바를 처음 받았을 땐 어떻게 매야 하는지도 몰랐는데 이제 좀 익숙해졌다”며 “한국에 온 지 11개월이 됐는데, 한국 각지를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 1년 더 연장 근무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쇼 병장은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배치인데 처음 복무했던 2019년에는 태권도를 배웠다”며 “이번 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연습은 이태현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이사장이 진행했다. 이 이사장은 장병들에게 ‘밭다리걸기’ 기술을 설명했다. 그는 “다리 기술 중 하나인 ‘밭다리걸기’는 씨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마친 이 이사장은 통역병을 상대로 ‘밭다리걸기’ 시범을 보였다. 오른쪽 다리가 걸린 통역병이 뒤로 넘어가자 장병들은 함성을 질렀다.

2023년 10월 12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캐럴 미군기지 내 체육관에서 미군장병들이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 용인대 교수와 프로선수들의 지도 아래 씨름 연습을 하고 있다./김동환 기자

윅스 일병은 “배운 기술을 상대에게 실제로 성공시킬 때마다 큰 희열을 느낀다”며 “씨름은 단순히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중요한 운동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로더릭 해리스(21) 상병은 “레슬링도 배워봤는데 씨름은 샅바를 쓴다는 점이 전혀 다른 묘미를 준다”며 “부대원과 직접 부대끼며 체력을 끌어올린다는 측면에서 전우애도 길러진다”고 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배울 뜻깊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제가 한국에서 근무함으로써 한미동맹이 건재하게 유지된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라이언 스테이모스(45) 주한미물자지원여단(MSC-K) 주임원사는 20대 장병과 연습에 나섰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장병들이 박장대소하자 스테이모스 주임원사는 멋쩍게 웃었다. 그는 “힘이 넘치는 젊은 병사들을 보니 내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며 “병사들과 직접 몸을 맞대고 씨름하니 더욱 끈끈하고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태현 이사장은 “경기 용인에서 경북 캠프캐럴로 새벽에 내려와야 하지만, 열의에 찬 장병들을 보면 피곤이 싹 가신다”며 “눈이 반짝반짝거리고 저를 비롯한 강사진에게 질문을 퍼붓는 장병들을 보면 정말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을 계기로 씨름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다”며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만들어진 뜻깊은 행사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 미군 장병들은 12월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리는 ‘주한미군 장사 씨름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우승 장병에게는 한국 여행을 할 수 있는 각종 상품권 등이 제공된다고 한다. 김영수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사무국장은 “한미동맹 강화와 씨름 세계화를 위해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2023년 10월 12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캐럴 미군기지 내 체육관에서 미군장병들이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씨름장사' 선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 용인대 교수와 프로선수들의 지도 아래 씨름 연습을 마치고 '으랏차차'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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