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부산은 커피 산업의 최적지다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기품 있는 향기가 있다고 한다. 요즘 커피는 일상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커피는 7세기 이전에 에티오피아 고지대에서 발견된 후 이집트 예멘으로, 15세기경에는 페르시아 터키 북아프리카로 전해졌다. 오스만제국의 오스트리아 빈 침공이 계기가 돼 이슬람 세계에서 유럽으로 퍼져 17세기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상인이 커피를 처음 대량 수입해 상업화했고 자와섬 지역에 커피 농장의 성공으로 산업화에 불을 지폈다. 런던에서는 오스트리아보다도 먼저 커피를 마셨는데 런던 사람들에게 커피숍은 ‘Penny Universities’라 불리며 싼값에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1690년대 미국에서도 커피 가게 붐이 일었고 20세기에 커피산업 전반에 급진적인 발전이 나타난다. 1900년 진공 포장 커피 제조 성공, 인스턴트커피 발명, 에스프레소 커피와 제조기 개발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공식 문헌상 1896년 아관파천으로 러시아공사관에 피신한 고종에게 러시아 공사가 커피를 권한 것이 커피가 처음 전해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커피가 산업으로 성장했다. 커피믹스 개발과 자판기 등장으로 커피 대중화를 이뤘고 1980년대 이후 원두커피 전문점 등장, 1999년 스타벅스가 진출해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연 후 커피 전문점은 폭발적인 성장 중이다. 2017년 특허청은 ‘한국을 빛낸 발명품 10선’을 발표했는데 커피믹스가 5위에 뽑혔다. 커피가 자생하지 않은 한국에서 믹스커피라는 융복합발명품이 탄생한 것이다.
커피의 세계화는 5대양 6대주라는 지구 특성상 육상운송과 해상운송 및 육운과 해운을 연결하는 항만물류가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커피 수입은 2019년 17만 t(6억6000만 달러), 2022년 20만 t(13억 달러)으로 수입액 2배, 수입량 1.2배 증가했다. 수입 커피(생두와 원두) 93%는 부산항으로 들어오며 부두에서 직반출되거나 신항 배후물류단지 창고에 보관 후 전국으로 배송된다. 이것은 부산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커피 물류비만큼 가격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은 커피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경쟁력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항의 물류 인프라, 커피와 바다를 연결해 주는 306㎞에 달하는 아름다운 해안선, 커피기계를 제작할 수 있는 기계부품산업계, 커피 친화적인 부산시정(커피특화거리 추진 등)과 커피도시부산포럼 출범, 2017년 미국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에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 아름다운 풍광 속 런던형 값싼 토론장 기능 등이 있다. 이처럼 부산에는 커피 산업화에 필요하고 충분한 조건이 많다. 커피 열풍이 부는 지금 커피 산업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 볼 만하다. 1926년에 설립된 벨기에 커피 전문 회사 ‘EFICO’가 많은 아이디어와 상상력 및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도움을 줄 것 같다. EFICO는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최상의 가치 사슬을 보장하는 통합공급망관리를 지향한다. EFICO의 목표와 긍지는 지브루헤(Zeebrugge) 항구의 해상물류구역에 위치해 함부르크와 르와브르 지역에서 생두를 최상의 조건으로 보관하고 최상의 방법으로 처리하는 글로벌 커피 종합 물류센터인 ‘SEABRIDGE’에서 나온다. 이것이 EFICO가 건실하게 성장해 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손잡고 신항 배후물류단지에 콜롬비아 브라질 에티오피아 베트남 과테말라 등 70여 국가에서 수입한 생두를 SEABRIDGE 방식으로 관리 및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부산에서 커피 산업화가 탄력받을 것이다.
지난 4월 산학연관이 함께 커피를 부산의 새로운 주요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커피도시부산포럼’이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최상의 가치 사슬을 보장하는 공급망 관리를 지향하는 부산의 EFICO와 신항 물류센터에 부산의 SEABRIDGE를 완비하기 바란다. 부산의 커피 산업화는 해 뜨는 기장에서 해 지는 가덕도까지 부산을 새로운 커피 도시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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