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청년문화시설이 전부가 아니야
부산시 빅데이터플랫폼 자료에 따르면 청년 인구는 2040년까지 20년간 매년 2.7% 감소 추세를 보인다. 청년감소 추세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마치 미끄럼틀처럼 상당히 가파른 기울기가 된다.
부산에 거주하는 청년을 붙잡기 위해, 떠난 청년을 다시 회귀시키기 위해 가장 많이 꺼내지는 해법은 ‘문화 접근성의 개선’이다. 도시계획자들은 즐길 거리를 통해 활력을 되찾겠다며 낡은 도시 공간을 허물고 청년을 위한 문화시설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외친다. 이는 구체적으로 ‘15분 도시’와 ‘슬세권’이라는 정책, ‘부산 엑스포’라는 메가 이벤트로 펼쳐진다.
청년에게 매력적인 도시, 문화를 통해 소비가 넘치는 도시, 선진국에 걸맞은 세련된 도시를 향한 인프라 시설 건설에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다. 그리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도시 개발 사업의 당위성은 청년을 위한 예비 일자리의 개수로 측정된다. 하지만 문화공간 신축을 통해 어메니티(쾌적성)가 높아질수록 도시 안에는 단순 서비스 직종의 일자리만 증가한다.
문제는 부산이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의 증가 추세가 높다는 점이다. 부산은 6대 광역시 중 남성 저임금 근로자가 가장 많은 도시고, 특히 여성 저임금 근로자의 비율은 두 번째로 높은 광역 도시다. 부산과 인접한 울산과 창원이 산업 도시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의 비율이 청년 이탈의 중요 요인임을 그릴 수 있다. 즉 청년 노동의 질적인 점검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청년 이탈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뜻이다.
인근 산업도시와 비교해 청년이 느끼는 월 급여의 격차는 소비력의 차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청년은 지역 일자리를 통해 충분한 업무 숙련도를 쌓지 못한다고 느끼며, 그로 인해 성장 가능성에서 격차를 느낀다. 월급의 차이만큼 중요한 것은 경력의 확장성, 업무 영역에서의 성장 가능성이다. 일자리의 양적인 증가만이 아니라 질적인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부산시는 청년 일자리의 양적인 확보와 노동의 질적 수준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중앙 공기업의 본사 이전을 추진한다. 한정된 정책 자원과 정치력을 오롯이 중앙에 집중하는 것이다.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 유치, 금융 기반 공공기관의 이전과는 별개로 기형적으로 왜소한 도시 내 직무 구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많은 청년이 지역 내 취업으로도 다양한 직무 경험과 자아실현의 가능성, 경력 확장이 가능하도록 보조할 필요가 있다. 여러 의제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 스타트업,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소셜벤처 등 도시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일자리 확보와 기업 유치 노력도 필요하다. 인구 구성에 따라 부산이 필연적으로 직면할 사회문제 역시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업 기반 산업 현장에 대한 노동 실태 감시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부산은 고학력 청년의 이탈률과 비진학 고졸 청년의 이탈률이 모두 높다. 노동조합의 원활한 구성과 활동,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울산과 창원, 거제라는 인접 산업도시와 비교했을 때 부산 제조업 현장의 매력도는 크게 낮다. 상대적인 저임금, 노동조합의 부재 등으로 비진학 청년 역시 부산에서 빠르게 이탈된다. 부산시가 상정하고 있는 청년이 4년제 대학생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생산직 근무 청년이 겪고 있는 도시 노동의 일상적인 일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
기업이 청년에게 지급하는 임금과 복리후생은 정책을 통한 즉각적인 완화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안전한 노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감시와 점검, 가부장적 직장 내 분위기 완화 등과 같은 비경제적 측면은 정책을 통한 변화와 예산 투입이 용이하다. 특히 노동시장에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세대 내 커뮤니티에 대한 접근성 확대와 사회적 관계망의 연결 등의 노력도 시도할 수 있는 중요한 선택지다.
청년이 먹고사는 문제, 미래를 설계하고 가늠하는 실제적인 문제 해결 없이 단순한 문화 시설 접근성 확대만으로는 구조적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문화 시설을 통한 소비적 경험과 즐거움은 분명한 이주 고려 요인이나 필수적 요인은 아니다. 청년을 위한 문화 시설 건설이 청년 이탈을 막기 위한 우선적 해법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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