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40조 약속 60% 구체화 …尹 "중동붐으로 복합위기 돌파"
삼성·현대차·포스코·롯데…
대기업 협력 전방위로 확대
사우디 전기車 확대 발맞춰
중동 거점 반조립공장 건설
담수화·발전 대형 플랜트엔
건설사 공격적 진출 잇달아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것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이른바 '중동 특수'를 살려 경기 회복의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2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중동 진출은 1970년대 오일쇼크 위기를 극복하는 디딤돌이 됐고, 한국은 연이은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중동 특수를 통해 경제 도약의 돌파구를 찾았다"며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싼 해외 경제 여건과 우리가 직면한 복합 위기 역시 새로운 중동 붐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1호 영업사원인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등 연이은 외부 충격 속에서도 계속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동 주요국과의 교역량은 최근 증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와 한국 간 교역량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보다 61.6% 증가해 같은 기간 한국의 세계 교역 증가율(35.3%)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증가율은 사우디 82.1%, UAE 56.2%, 카타르 27.6% 등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윤 대통령 순방에 맞춰 156억달러(약 21조원) 이상의 상호 투자 계약을 사우디 측과 체결했다. 이날 오후 개최된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만 46건의 계약·업무협약(MOU)이 맺어졌다. 이는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방한했을 때 체결한 29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MOU와는 별개다.
당시 체결된 계약·MOU의 후속 조치도 원활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290억달러 중 60% 이상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한국 기업들이 중동에 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 전진기지를 마련하게 된 점이 주목된다. 현대자동차는 사우디 국부투자펀드(PIF)와 약 4억달러를 함께 투자해 자동차 조립공장을 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사우디는 2030년까지 국가 발전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국가 재생에너지 프로그램(NREP)'을 수립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를 연간 50만대 생산하고, 수도 리야드 자동차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발맞춰 국내 자동차 기업 중 처음으로 현대차의 반제품 조립공장이 사우디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 공장에선 2026년부터 연간 5만대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가 양산될 계획이다.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보급을 서두르고 있는 카타르와 UAE 등은 물론 북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우디 측과 함께 조선소·선박엔진 공장과 주·단조 공장을 각각 건설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양국은 전기차와 선박을 함께 만들고, 제3국에도 함께 진출하는 첨단 제조업 파트너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DL이앤씨가 사우디 정부와 담수화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한국전력이 열병합 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등 대형 플랜트 사업에도 국내 기업들이 뛰어든다.
SPC그룹이 사우디 갈라다리브러더스그룹과 파리바게뜨의 중동 진출을 위한 합작사를 만들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머지않아 사우디 주요 도시에 한국 브랜드 빵집이 진출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가 UAE에 이어 사우디 아람코와 530만배럴 규모의 원유 공동비축 계약을 체결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는 현재 정부 비축량의 약 5.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안전판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청정에너지, 전기차, 디지털,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양국 간 협력이 추진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참석해 "첨단 기술력과 성공적인 산업 발전 경험을 보유한 한국과 풍부한 자본,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우디가 손을 맞잡으면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사우디의 국가 전략인 '비전 2030'에 발맞춰 양국이 제조업, 청정에너지, 스마트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로 파트너십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야드 박윤균 기자 / 서울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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