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경서 키운 닭이 사람 건강에도 좋아요”

정승호 기자 2023. 10.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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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강운마을에 자리한 닭 사육농장 '제이토리'.

농장에 들어서자 닭을 키우는 곳인가 싶을 정도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전남에서 4개 친환경 인증을 모두 받은 농장은 제이토리를 포함해 23곳이다.

그는 "축사라고 하면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느끼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싶다"며 "닭을 키우지 않는 휴지기에 농장을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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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함평 친환경 농장 ‘제이토리’
수익보다 질병-악취 없는 환경 중시
복지-청결 등 친환경 인증 4개 달성
사육 규모 줄이고 자연재해 등 대비… 마을 인접했지만 악취 등 민원 없어
19일 정상훈 제이토리 대표가 10일 전 닭을 모두 출하한 뒤 깨끗하게 치워진 계사에서 먹이 공급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19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강운마을에 자리한 닭 사육농장 ‘제이토리’. 농장에 들어서자 닭을 키우는 곳인가 싶을 정도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전체 면적이 4290㎡(약 1300평)에 달하는 계사(鷄舍) 6동은 10일 전에 닭을 모두 출하해 텅 비어 있었다. 닭을 키우면서 바닥에 25∼30cm 높이로 깔았던 왕겨는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계사 주변도 담배꽁초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했다. 농장 주변을 과수원이 둘러싸고 있는 것도 이채로웠다. 농장을 둘러보면서 축산 분야에서 ‘친환경 인증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상훈 제이토리 대표(53)는 2015년 아버지로부터 농장을 물려받아 1년 만인 2016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획득했다. 2017년에는 전남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 2018년에는 깨끗한 축산농장, 2019년에는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각각 인증됐다. 전남에서 4개 친환경 인증을 모두 받은 농장은 제이토리를 포함해 23곳이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서울에서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는 일을 하다가 함평으로 내려와 아버지가 경매를 받아 운영하던 농장을 떠맡았다. 제이토리라는 이름은 자신의 성에서 따온 ‘제이’와 이야기를 뜻하는 스토리, 생산공장을 뜻하는 팩토리의 ‘토리’를 합쳐 직접 지었다. 그는 소득은 좀 낮아도 질병과 악취 걱정이 없는 축산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닭들이 사람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사료에서부터 첨가제까지 닭이 먹는 모든 것을 친환경으로 바꾸고, 악취 저감제로 축사 냄새를 없앴다. 10년 전 폭염으로 닭이 폐사한 뒤 안개 분무 시스템을 갖추고 축사 지붕을 열 차단재로 씌우는 등 자연재해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사육 규모도 당초 9만 마리에서 7만5000마리로 줄였다. 닭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3.3㎡당 62마리가 넘지 않도록 했다.

정 대표의 농장 인근에는 3개 마을이 있다. 오래전 허가가 난 농장이라 동네와 가깝다. 가까운 곳은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악취 등 민원이 생기지 않았다. 정 대표가 청결을 무엇보다 챙긴 덕분이다. 정 대표는 “마을과 가깝다 보니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신경을 쓴다”며 “견학을 오는 분들이 깨끗한 환경을 보고 ‘나도 이런 농장을 갖고 싶다’고 말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계사 옆에 따로 공간을 마련해 예쁜 카페로 꾸몄다. 농장에는 배드민턴, 양궁, 스크린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전남도 제공
제이토리는 정 대표의 놀이터이자 쉼터다. 계사 바로 옆에 따로 공간을 마련해 예쁜 카페로 꾸몄다. 찾아오는 이들에게 커피와 차를 대접하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땄다. 드론으로 촬영한 농장 홍보 동영상도 직접 만들었다. 카페 옆에는 지인들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공구 등을 보관한 대형 창고에서 배드민턴, 양궁, 스크린골프를 즐기고 대형 프로젝터로 영화도 본다.

정 대표는 “한 달 정도 키운 닭을 출하하면 한 달 정도 쉬는데 지인들과 여가를 즐기기 위해 하나둘 공간을 마련하다 보니 이렇게 커졌다”면서 “처음엔 운영이 서툴러 축사를 처분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친구들이 제일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정 대표는 농장 이름처럼 스토리가 있는 농장을 만드는 게 꿈이다. 그는 “축사라고 하면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느끼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싶다”며 “닭을 키우지 않는 휴지기에 농장을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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