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40조 약속 60% 구체화 …尹 "중동붐으로 복합위기 돌파"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3. 10.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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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영업사원' 尹 … 사우디서 경제 최우선 행보
"건설·에너지 넘어 첨단산업"
韓·사우디 협력분야 확대
포스트오일 전환 나선 사우디
韓이 최적의 미래산업 파트너
K방산, 중동시장 공략도 모색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무함마드 빈압둘라흐만 빈압둘아지즈 부주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것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이른바 '중동 특수'를 살려 경기 회복의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1970년대 오일 쇼크를 적극적인 중동 진출로 극복했던 경험을 강조하고 나섰다. 급격한 글로벌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등 연이은 외부 충격 속에서도 계속 대규모 수주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사우디에서 진행하는 모든 일정이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초 윤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은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방한했을 때 체결한 29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업무협약(MOU)을 구체화하는 수준의 성과가 기대됐다. 그러나 이번 순방을 계기로 156억달러(약 21조원) 이상의 상호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양국이 협력하는 분야도 건설·에너지에 그치지 않고 수소 공급망과 스마트팜, 해운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2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진행하며 "이번 순방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은 156억달러 이상의 수출·수주에 대한 51건의 MOU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지난 (왕세자 방문 당시 체결한) 290억달러 MOU에 추가되는 성과"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측에서 사우디에 수출하기 위한 계약이거나 사우디 파트너사와 협의가 진전돼 협력 MOU를 맺은 경우, 사우디가 발주하는 프로젝트에 참여가 확정됐거나 참여를 위한 구체적인 MOU를 맺은 경우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 중 46건의 계약·MOU는 이날 오후에 개최된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체결됐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MOU가 구체적인 성과로 조기에 가시화되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와 만나 작년 11월 왕세자 방한 당시 체결된 290억달러 규모 계약·MOU의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최 수석은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290억달러 중 약 60% 이상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최 수석은 삼성물산이 사우디 국부펀드와 함께 네옴, 옥사곤 등 신도시 개발 시장을 겨냥해 공동 투자를 하게 된 점, 한국전력이 사우디 파트너사와 7억달러 규모의 사파니야 열병합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한 점 등을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이처럼 양국 간 협력 분야가 점차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최 수석은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첫 사우디 국빈 방문을 통해 한·사우디 관계를 과거 탄소 기반의 중동 1.0을 넘어 탈탄소 기반의 중동 2.0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사우디의 협력 분야가 그동안 토목과 건축, 석유화학 플랜트 등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수소를 비롯한 청정에너지 산업과, 첨단제조 신산업으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날 체결된 46건의 계약 또는 MOU도 청정에너지, 전기차, 디지털,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개최된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참석해 "첨단 기술력과 성공적인 산업 발전 경험을 보유한 한국과 풍부한 자본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우디가 손을 맞잡으면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사우디의 국가전략인 '비전 2030'에 발맞춰 양국이 제조업, 청정에너지, 스마트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로 파트너십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윤 대통령이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에 나서는 것은 이른바 경제 복합위기를 중동 특수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중동 진출은 1970년대 오일쇼크 위기를 극복하는 디딤돌이 됐고, 한국은 연이은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중동 특수를 통해 경제 도약의 돌파구를 찾았다"며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싼 해외 경제 여건과 우리가 직면한 복합 위기 역시 새로운 중동 붐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1호 영업사원인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한 올해는 우리 기업의 사우디 진출 50주년이기도 하다"며 "사우디가 포스트 오일 시대를 맞아 디지털 과학기술 산업국가로 전환하는 데 한국은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야드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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